이번 추석 연휴동안 파올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와 <연금술사>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어려울 수도 있을 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은 충분히 매력이 있고도 남았다.
두 소설 모두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의 이유와 삶을 살아가고 개척해나가는 면에 있어
고민의 흔적을 여실히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원작의 풀이와 줄거리 해설과 같은 독후감 보다는
원작의 별처럼 빛나는 부분들을 인용하는 것이
원작의 감동을 전해주고 흥미를 이끌어 "이 책을 나도 읽고 싶다."는
동기부여 역할을 더 확실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원작의 인상깊은 구절들을 발췌해 봅니다
파올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고 인상깊던 구절들.
.............................................................................................................................................
54p
내가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마음먹은 마법사가 있었어.
그는 그 왕국의 백성 모두가 물을 길어 먹는 우물에 묘약을 풀었어.
그 물을 마시는 사람은 누구나 미쳐버리는 묘약을 말이야.
이튿날 아침, 물을 마신 백성들이 모두 미쳐버렸어.
왕만 빼놓고 말이지.
왕과 그 가족을 위한 우물은 따로 있어서, 마법사도 접근할 수가 없었거든.
불안해진 왕은 백성들을 통제하기 위해 안전과 공중 위생에 관한 일련의 조치들을 내렸어.
그런데 관리들과 경찰들도 이미 독이 든 물을 마신 상태였어.
왕의 조치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그들은 따르지 않기로 결정했지.
왕의 칙령을 접한 백성들은 왕이 완전히 미쳐버렸다고 확신했어.
그래서 모두들 궁궐로 몰려가 함성을 지르며 왕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했지.
절망에 빠진 왕은 왕위를 떠날 준비를 했어.
그런데 왕비가 말렸지.
‘우리도 우물로 가서 그 물을 마셔요. 그러면 우리도 그들과 똑같아질 거에요.’
왕비가 이렇게 제안했어.
그래서 왕과 왕비는 독이 든 물을 마셨고, 이내 정신나간 말들을 하기 시작했지.
그러자 백성들은 마음을 돌렸어.
그처럼 크나큰 지혜를 보여준 왕을 무엇 때문에 쫓아내겠어?
그 왕국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어.
백성들이 이웃나라 백성들과는 전혀 딴판으로 행동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왕은 죽는 날까지 왕좌를 지킬 수 있었지.
90p
우울증입니다. 가끔은 아주 하찮은 이유로도 발병하죠. 몸에 세로토닌이라는 화학물질이 부족해서 그래요.
92p
미쳤다는 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해. 마치 네가 낯선 나라에 와 있는 것처럼 말이지. 너는 모든 것을 보고, 네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인식하지만 너 자신을 설명할 수도 도움을 구할 수도 없어. 그 나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100p
교육은 우리에게 오로지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갈등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베로니카는 모든 것을, 특히 자기 속의 수없이 많은 베로니카들, 매력적이고, 끼로 넘치고, 호기심 많고, 용기 있고, 언제든 위험을 무릅쓸 준비가 되어있는 그 베로니카들을 발견하지 못한 채 살아온 삶의 방식을 증오했다.
161p
베로니카의 경우는 드라마틱했다. 그녀는 아직 젊고 다시 살고 싶어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라는 걸 모든 사람들이(심장의 이상으로 시한부인생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후반에 반전이...))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만약 내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내겐 삶의 기회가 있어. 과연 나는 그 기회를 꽉 붙들고 있는 걸까?’
이런 질문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이미 오래 전부터 삶도 죽음도, 공간도 시간도 없는 세계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마리아도 그중 하나였다.
..................................................................................................................................................
2014.09.11 까르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