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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일간 이슬아> 서평 원고 모음<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by 까르멘 2019. 12. 10.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자칭 연재노동자 이슬아의 

2019<일간 이슬아>의 서평 원고 모음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읽고 인상깊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췌하였습니다.


2019<일간 이슬아>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유진목의 <식물원>을 읽고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17~20페이지

(유진목의 시집의 마지막 시에서 일부를 발췌하여 책에 실린 부분입니다.)



(...)그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다


한번은 이제 태어나나 보다 하면서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가


생각한 대로 잘 되지 않았다


한번은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이리 도망치고 저리 도망치다가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구나 했다


지난번에 태어났을 때는 불편한게 너무 많았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그래도 어떤 건 옛날이 그리워요


한번은 너무 금방 다시 태어나서


내가 살던 집이 생각나더라고


집에 가고 싶어서 악을 쓰고 울었지


그러면 엄마가 와서 젖을 물리고


나는 혀로 밀어내고


두고 온 사람이 보고 싶어서


울다 까무러치고, 울다 까무러치고


그래서 그다음에는 너무 금방 다시 태어나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도망치고 그랬던 거지


한번은 한참을 죽어서 있다가


당신도 죽었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함께 마루에 앉아 저녁을 먹었던 거


손을 잡고 걸었던 거


늙은 몸으로


젊은 몸으로


한 이불 속에 누워 있었던 거(....)



사노 요코의 <100만 번 산 고양이>와 <태어난 아이>를 읽고

사랑할 힘과 살아갈 힘


24~25페이지


<100만번 산 고양이>이 그림책에서 나는 두 가지 순간을 특히 좋아해. 하나는 얼룩 고양이가 “난 백만 번이나...”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게 되는 순간. 그것은 이제부터 나의 일부를 너로 채우겠다는 다짐과도 같아. 백만 번의 환생과 백만 년의 유구한 과거도 너와의 현재 앞에서는 과시할 필요가 없어지는 거야. 마치 처음 태어난 존재처럼 너에게 그리고 미래에게 배우기만 해도 바쁘니까.



다른 하나는 그가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는 순간이야. 어째서일까. 이번에는 왜 뚝딱 환생하지 않을까. 사노 요코의 마음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짐작해 봐. 아마도 얼룩 고양이가 바라온 삶을 최대로 실현했기 때문 아닐까. 어떤 순간이 가진 최대치의 깊이에 도달해 봤기 때문 아닐까. 그러므로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되었던 거야. 혹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다시 태어날 수가 없었던 거야. 처음으로 생이 소중했기에, 나만큼이나 소중한 남들을 만나봤기에, 그런 건 쉽게 반복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지도 몰라. 너무 좋았고 너무 아팠기 때문에 차마 두 번은 못 하는 건지도 몰라.



<박완서의 말>을 읽고

한마디로는 못하는


31페이지


<박완서의 말>은 이렇게 시작해


내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면

소설을 결코 쓰지 않겠죠.


첫 장에 적힌 이 문장을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나. 소설가들의 고생이자 힘의 원천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 같아서.



백상현의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를 읽고

미래의 정의


44~45페이지



이제야 우리는 그들이 슬퍼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이유를 알게 된다.(...)그것은 세계의 균열이었던 그 상실을 봉합할 정당한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처를 위로할 합당한 단어와 문장들이, 말을 지탱하는 법과 규범들이 우리 공동체 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슬픔을 통해 항변하려 했던 것은 부당함이었다.



-백상현,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21~22쪽



양다솔의 <간지럼 태우기>를 읽고

어느 코미디언의 글쓰기


93페이지


아무도 쓰지 않아서 내가 쓸 수밖에 없었다. 시인 심보선은 ‘두 번째로 슬픈 사람이 첫 번째로 슬픈 사람을 생각하며 쓰는 게 시’라고 썼다. 나한테 글이란, 열 번째로 웃긴 내가 첫 번째로 웃긴 양다솔을 생각하며 쓰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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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일간 이슬아> 서평 원고 모음<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이 서평 모음집은 흔히 보이는 평론가들의 서평과는 달리 책을 읽는 사람(이슬아)의 정서와 감성을 통해 재구성되는 읽기 쉽고 쉽게 와닿는 방식으로 되어있어 훨씬 원문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서평 모음이었다. 간만에 감성충만하게되는 <일간 이슬아>였다. 술술 읽히는 책이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