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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고 정리 발췌하며

by 까르멘 2020. 2. 16.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로 유명한 한나아렌트의 인터뷰모음집 

<한나 아렌트의 말>의 4개의 인터뷰중 앞의 2개의 인터뷰위주로

읽고 인상깊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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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말>

-정치적인 것에 대한 마지막 인터뷰-

한나 아렌트

윤철희 옮김.

 

*무엇이 남아 있느냐고요? 언어가 남아 있어요

(19641028일 독일의 ZDF 텔레비전의 정치,시사 프로그램 <추어 페르손>에서 저널리스트이자 정치인 귄터 가우스와 나눈 대화)

 

24페이지

아렌트:......내 기억력이 내 생각을 모두 기억할 정도로 좋다면 나는 글 쓰는 작업을 하지 않을 것 같아요. 나 자신이 무척 게으른 인간이라는 걸 잘 아니까요. 나한테 중요한 것은 사유 과정 자체에요. 나는 무엇인가 철저히 사유하는 데 성공할 때 개인적으로 상당한 만족감을 느껴요. 내 사유 과정을 글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 성공할 경우에도 만족감을 느끼고요.......

 

37페이지

아렌트:......내게 그건 철학을 공부하거나 물에 몸을 던지거나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였다고요. 그렇다고 내가 목숨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은 아니에요!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앞서 말했듯 나한테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어요...... 그 욕구가 무척 어린 나이에도 있었어요.......

 

54페이지

아렌트:......나는 이제 바깥에서 상황을 봐요. 내가 그 시절의 나보다 상황에 훨씬 덜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시간이 흘렀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15년이 아무 가치도 없는 세월은 아니잖아요.

 

65페이지

아렌트:...... 그게 호메로스가 했던 일이에요. 그러고는 헤로도토스가 등장해서 그리스인들과 야만인들의 위업에 관해 얘기했어요. 모든 과학은 이런 취지에서 비롯했어요. 현대 과학조차, 그리고 역사를 다루는 과학도요. 누군가 자기 민족을 무척 사랑하는 척하며 민족에게 경의를 표하는 양 알랑방귀를 줄곧 뀌어대는 바람에 이런 공명정대함을 실행에 옮길 수 없다면, 그렇다면 세상에는 실행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을 거에요. 나는 그런 사람들이 애국자라고 믿지 않아요.

 

70페이지

가우스:......“인간성은 혼자 힘으로는 절대 획득되지 않으며, 누군가 자신의 작업을 대중에게 바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인간성은 자신의 삶과 존재 자체를 공공영역으로 향하는 모험에 바친 사람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어두운시 시대의 사람들에 실린 카를 야스퍼스 찬사-원주. 야스퍼스를 인용한 이 공공 영역으로 향하는 모험이 한나 아렌트에게는 무슨 의미인가요?

 

아렌트:......“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스스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이건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에 들어맞는 말이에요. 무척이나 간단하고 명확한 말이죠.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요. 모험이 뜻하는 바가 그거에요. 요즘에는 나는 이 모험은 사람들 사이에 신뢰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하곤 해요.......

 

*아이히만은 터무니없이 멍청했어요

(이 인터뷰는 1964119일 독일 SWR텔레비전의 프로그램<다스 테마>에서 나눈 대화다. 인터뷰어는 요아힘 페스트<독일 사학자, 저널리스트,평론가>이다......)

 

77페이지

페스트:......전후에 독일과 연합국들 양쪽 모두에서 제3제국의 리더들을 악마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독일인들은 히틀러부터 아이히만에 이르는 이런 인물들을 항상 지옥 저 깊은 곳에서 온 야수들로 봤습니다. 독일인들이 자기에게 유리한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려고 그런 식으로 이해했을 법도 합니다. 지옥 저 깊은 곳에서 온 야수의 힘에 굴복하는 게 아이히만처럼 너무도 평범한 재주를 가진 사람에게 굴복하는 것보다 당연히 죄책감을 훨씬 덜 느끼게 되니까요.

 

85페이지

아렌트:......아이히만은 완벽하게 지적이었지만 이 측면에서는 멍청했어요. 너무도 터무니없이 멍청한 사람이었어요. 내가 평범성이라는 말로 뜻하려던 말로 뜻하려던 게 바로 그거에요. 그 사람들 행동에 심오한 의미는 하나도 없어요. 악마적인 것은 하나도 없다고요! 남들이 무슨 일을 겪는지 상상하길 꺼리는 단순한 심리만 있을 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88페이지

아렌트:......“그들은 우리가 책임질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온갖 책임을 다 뒤집어쓴 채 남겨졌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거물들은 어떻게 지냅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그들은-늘 그렇듯-책임을 모면했습니다.”라고요. 우리는 그 거물들이 어떻게 책임을 모면했는지 알아요. 그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교수형을 당했어요.......

 

90페이지

아렌트:......달리 말하면 그들은 그냥 남들에게 동조하고 싶었던 거에요. 그들은 만사에 동조할 준비가 돼 있었어요. 누군가 그들에게 우리와 살인을 저지르더라도 당신은 고작 우리 중 한 사람일 뿐이야하고 말하면 그들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죠. “절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아도 당신은 우리 중 한 사람일 뿐이야하고 말해도 그들로선 역시 좋은 일이고요. 그게 내가 그 상황을 보는 방식이에요.

 

93페이지

아렌트:......그들은 굳이 동조할 것 없이 스스로 결심할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만......당신들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나는 내 목숨을 거는 짓을 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면할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나는 어느 누구하고도 뜻을 같이하지 않습니다. 내가 억지로 동의해야만 하는 처지가 되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겁니다.” 이럴 수도 있었다고요. ‘우리we’가 아니라 I’라고 말하는 것-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뜻하는 거에요.......우리가 볼 수 있듯, 동조했던 사람들은 늘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행위를 옹호했어요. 그들은 늘 말했죠. “우리는 상황이 더는 악화되지 않도록 계속 그 상태에 머물렀을 뿐입니다.” 맞죠? 하지만 이런 옹호는 철저히 거부돼야 마땅해요. 상황이 그보다 더 악화될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요.

 

94페이지

페스트:......“우리가 이 사람들에게 어째서 그리도 오랫동안 동조했는지 물으면 이들은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모든 일이 어찌 그리 악화되었느냐고 물으면 이들은 자기에게는 아무 힘도 없었노라고 말합니다.” 이 지점에서 모든 논리가 허물어져버리고, 그들이 제출한 옹호에서는 단순한 변명이 돼버립니다.

 

99페이지

페스트:아이히만과 대량 학살에서 관료제가 수행한 역할 문제로 돌아가죠. 관료주의적인 조직에 투입되었다는 것은 개인에게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어떤 사람이 권위 있는 조직의 일부일 때 부당함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많이 증발할까요? 개인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저 부분적인 책임일 뿐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의 도덕적 통찰을 얻지 못하게 할까요? 아이히만은 나는 내 책상에 앉아 주어진 일을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102페이지

페스트:예루살렘 법정은 이 질문에 대한 결정적인 대답도 내놨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목숨이 위태로웠던 피해자들과 관련한 대중 범죄에 머물지 않고 가해자들하고도 관련이 있는 범죄라고 밝혔을 때 말입니다. 이 지점에서 다음 문장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를 살해한 사람과......거리가 얼마나 떨어져 있었는지는 책임 범위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책임의 정도는 자신의 두 손으로 치명적인 살해 도구를 사용한 사람에게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증가한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바이킹 펭귄, 1963)247쪽을 보라-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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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전체주의와 히틀러와 아이히만등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한나 아렌트의 저서는 요즘 다시 읽도록 권장되는 책이기도 해서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찬찬히 읽어보려고 노력하였고, 4개의 인터뷰중 앞의 2개의 인터뷰 위주로 정리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