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은 언제까지이길래......
초년은 언제까지이길래......
일이 안풀리고 미래가 안보이고 초조하고 불안하면 충동적으로 들르는 곳이 있으니 인사동이나 종로3가의 길거리의 사주운세를 봐주는 길거리 점포들이다. 꼭 거기가 아니더라도 철학관에 들르기도 했었다. 취업운, 애정운, 재물운, 그 외 종합적인 평생사주 등을 봐주었는데, 그들의 일관되고 한결같은 나의 사주에 관한 총평은 초년운이 안좋다라는 것이었다. 다른 운세나 세부적인 것들에 있어서는 시기에 따라 이견이 있었으나 그런건 둘째치고 사주풀이의 한결같은 공통된 풀이는 초년운이 안좋다였다.
21세 때에는 인사동에서 길거리 비교적 젊은 남자분에게 사주를 봤었다. 29까지는 애정운이 건조하고 돈도 못벌거라고 했다. 암담했던 그 시절의 나로서는 억울하지만 각오를 단단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때 봐준 사람도 나의 초년운은 말하면 슬퍼지기라도 할 듯 안좋다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난 초년운이면 미성년의 시기 20세이전의 시기는 아닐까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말년에 운이 좋아지고 오래산다라고 해주어서 한편으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20대중반에도 몇 번 봤었던 것 같은데 21세때 봤었던 것과 유사한 이야기를 들었다. 초년운이 안좋다라는 것이다. 말년에는 좋아진다고하는 얘기. 그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었다. 초년이 20세이전이 아니라 20대중반정도의 나이까지인가? 난 지금도 내 현실이 답답하고 심리적으로도 우울감이 가득한데말야하고.
20대후반때에도 운세를 몇 번 봤었다. 29살이었을땐가? 21세 때 사주풀이를 해주었던 남자분이 29세까지 운이 안좋다라고 해주었으니 난 초년은 29정도까지인가라고 막연한 생각을 했었을 뿐이었다.
어떤 사주풀이하는 분은 초년에 고생하고 말년에 운이 틔는 것이 좋지 초년에 고생 안하다가 말년에 고생하고 운이 안좋은 것은 훨씬 더 안 좋은 것이라고 위로를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느 분들과 마찬가지로 초년운이 안좋다라고 풀이해주었다.
이제 30대 초반이 되었다. 드뎌 21세때 봤던 사주풀이의 운이 안좋은 지점인 29세를 넘겼다. 사회적기업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굉장히 박봉이지만 업무에 있어 새롭게 배우고 좋은 직장동료를 곁에 두게 되어(물론 안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이제 운이 좀 틔이는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굉장한 박봉이었고, 고용상태는 불안했다. 많은 업무적인 것들을 손에 익히고 여러박사님과 직원들과 연구사업에 관한 각자의 소신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많이 가졌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지만 굉장한 박봉이었고, 업무는 과중해서 퇴근시간은 명목상의 것일 뿐이었고 저축이나 윤택한 생활 따위는 쇼윈도안의 그럴듯한 진열품만 같던 시절이었다.
그랬다 30초반에도 난 심리적인 여유가 부족하고 여러 가지 일과 업무로 번아웃되가던 시절을 겪고 있었다.
30대중반이 되었다. 35살이었을 것이다. 사회복지사자격증을 취득하고 요양원에서 일을 할때도 박봉과 과중한 업무와 체력의 고갈과 휴일을 가지기 어려운 사정으로 힘들 때였다. 사주풀이하던 사람들의 얘기는 이젠 위로조차 되지 않았다. 초년에는 안좋다더니 35세가 되도록 운이 안풀리는 건 왜일까? 한숨이 절로 나오던 시절이었다. 사람의 평균수명이 80가까이 늘어나게 되니 초년의 시기도 자연스레 길어진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한번 더 이직을 해서 공공기관에서 사회복지사를 하고 있다. 근무환경이 좋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쉴 수가 있다. 월급도 기존 직장보다 조금은 많이 받고 있고,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이나 업무적으로 안정이 조금 되가는 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도 있게 되었다.
며칠전 절친과 초년운이 언제까지인지 난 답답해서 억울할 지경이었었다고 얘기하자 그 친구는 <그냥 35세가 아니라 만35세까지가 운세에서 말하는 초년이래>라고 했다. 이런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괜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렇다 난 37세, 만으로 36세 이제 막 초년을 지났다.
....................................................................................................................................................................................................................
p.s 이 글을 쓰고 나서 호기심에 초년에 대해 네이버 지식인에 검색해보니 초년의 정의가 결혼전의 시기라는 답도 있고 20세이전, 30세이전 등 다양한 의견이 있더군요.
(사진은 대구에서 본인이 촬영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