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어도 좋은 방>눈에 밟히는 글귀들을 정리해봤습니다.
『숨어 있어도 좋은 방』 -최철훈
눈에 밟히는 글귀들을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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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감정이고, 살아가는 의욕이다. 숨을 쉬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절박감이란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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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다고 사람들의 따스함에 안겨버린다면 영원히 아이가 되는 수밖에…. 보호자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며 한정된 자유 속에서 안주하다가 목장 울타리 속의 젖소처럼 젖을 내주고 고기를 내주고 심지어 가죽까지 내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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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물과 더운물을 섞게 되면 닮고 싶어서 닮아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섞이는 것이다. 즉 찬물과 더운물의 속성을 잃고 하나가 되어버린다. 화학 시간에 배우는 여러 실험들, 액체와 액체를 섞는 것이 역시 그러하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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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은
고장 난 시계처럼
몸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닌다.
바보라는 명찰을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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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어른의 코끼리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듯 자신의 본능에 따라 짖어대고 있었다. 개들과 하도 어울리다 보니 자신의 원래 울음소리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리고 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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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으로 최고의 산봉우리 자리에 오르고 나니까 그 산봉우리에는 나 혼자만의 공간밖에 없더군. 나와 같은 맘을 가지고 나의 맘속 깊숙한 곳의 외로움을 함께할 친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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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나간 인연은 추억 속 첫 담배의 콜록콜록하는 하얀 담배 연기처럼 세월의 흐름 속에 날려버려야 하지 않을까 하며 담배를 다시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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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모르는 데도 아는 것처럼 가만히 있으면 당장에 체면은 구기지 않을지라도 발전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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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가 있으시다고 해서 어르신들이 365일 엉뚱한 사고와 말씀만 하시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언행을 하다가 가끔 치매라서 그렇다고 이해되는 언행을 할 때가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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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말장난은 연서가 스스로의 무거워짐을 거부하고자 저항하는 차원에서, 한편으로는 길듦에서 마지막으로 반항하고자 하는 그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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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왜 봐야 할까? 영화나 드라마는 왜 봐야 할까? 이런 장르는 왜 계속 파야만 하는 걸까?에 대한 갈등과 번민, 방황, 과연 유의미한 일과일까에 대한 의구심을 사르르 녹이고 채연은 연서에게 그런 것은 당연한 일상이라는 포근함을 제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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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무렵이었다. 자가용의 엔진이 고장 났던 때였다. 예전에 타던 차는 아무리 심폐 소생술을 해도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았고, 그래서 곧 폐차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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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책 속의 이야기를 기계처럼 재해석할 따름이었죠. 말을 배우려면, 정말로 알찬 말을 하려면 내 안에 존재하지 않던 마음과 영혼의 반향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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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립되지 못하고 비뚤어져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도 비뚤어졌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초가 정립되어서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매뉴얼이 형성되었는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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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들은 모두 판타지적 세계에 속한 것들이랍니다. 신화 속의 이야기처럼 구전된 전설처럼 전승될 수는 있겠지만 이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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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내가 수익성 있는 유실수라는 걸 알고 거름도 주고 물도 주는 사람도 가끔 있었으나, 난 잊지 않으련다. 내가 어떤 나무가 될지도 모른 채 얼음을 녹이고 물을 주며, 싹이 트고 이파리가 생겨 자라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생글생글 웃던 절친의 백만 불짜리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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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틀어주는 노래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유기농 전기라도 끌어 써서 꽂아 주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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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는 것보다 절망을 계획하는 것이 훨씬 더 쉽지만, 그렇다고 절망을 계획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면서 주인의 동반자가 되어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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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냥이들이 집을 나가서 안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면 카페 주인장인 집사는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항상 느긋한 표정을 짓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의 냥이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시골 아저씨 같은 넉넉하고 여유 있는 미소를 풍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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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과 얼굴에 흙칠을 하여 아무도 날 좋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나란 사람의 장점이라고 하는 것들을 모두 접어버리게 되었다. 대신 흙칠을 해버려서 이래도 날 좋아해 줄 거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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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난 그들에게서 담보도 없이 애정과 믿음을 당겨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