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꿰는실, 김세진의<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를 읽고 인상깊은 구절 발췌하기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 있어도 좋은 방>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우연한 기회에 SNS에서 알게 된 사회복지전문 독립출판사 <구슬꿰는실>의
김세진님이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정리한,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그리고 책이 나온 이후 2020.5.15.완전개정판이 나와서 그책을
다음까페
사회복지사무소 ‘구슬’, 책방 구슬꿰는실
에서 주문하였습니다. 사실 이 책 외에도 김세진님께 부탁하여 2권을 더 추천받아 주문하였습니다.
그 중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
를 읽고 인상깊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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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페이지
<복지관은 ‘약자’를 돕는 곳>
복지관은 지역사회 안에서 약자만을 만나라는 뜻이 아닙니다. 약자를 돕기 위해서는 약자 둘레 사람이 변화해야 합니다. 약자 둘레 사람인 지역사회 변화를 위해 지역주민을 만납니다.
지역주민을 만나는 이유를 명확히 하자는 겁니다. 생태관점으로 본다면, 약자의 변화를 위해서는 약자 둘레 사람의 변화가 중요합니다.
46페이지
<3.지역복지 실천 철학>
지역복지 3단 법칙,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하게’합니다. 단순해야 일이 단단해지고, 단단하면 오래갑니다. 이런 일에서는 소박한 맛, 단아한 멋이 풍깁니다.
하수의 방식은 현란합니다. 내가 했다, 우리 복지관이 이뤘다 합니다.
고수의 방식은 단순합니다. 당사자가 했다, 지역사회가 이뤘다 합니다.
67페이지
<욕구조사, 묻는대로 답한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을 돕겠다는 사업 계획, 대부분 할머니 할아버지께 손자 손녀 키우며 힘든 점을 묻습니다. 실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더라도 그래도 손자 손녀 키우며 얻는 감사와 감동이 적지 않을 겁니다. 평소 양육이 힘들다 느껴도 욕구조사를 구실로 아이들과 함께 있어 좋은 점을 물으면 좋겠습니다. 손자 손녀를 귀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더욱 살리려는 의도로 욕구조사를 구실로 묻는 겁니다. 자칫 문제만 물어 손자 손녀를 혹처럼 여기게 될까 조심스럽습니다.
80페이지
<동화책 「우리가 원주민 마을에 간 이유는?」>
원주민을 돕겠다고 찾아간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개발’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돕습니다. 원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자원으으로,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강점과 역량으로 일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의 관점으로 판단 진단 심판하고, 사회복지사 쪽의 기준으로 일방적으로 지원했습니다.
그 결과,
결국 소수민족에게 개발의 결과는 풍요가 아닌 빈곤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국제 사회의 원조는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의 처지에서 깊이 고민해야 합니다.
93페이지
<2.계획서 작성>
⓾평가:목적·목표에 빗대어, 정체성과 이상에 빗대어, 사회사업 이상에 빗대어, 실리를 찾아서
되도록 이런 질문은 인터뷰로 합니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첨부합니다. 내용의 핵심 단어나 문장들을 사람마다 정리해 모아 묶고, 이를 근거로 제사합니다.
‘건·명’따위로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평가하라고 요구받았어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이렇게 이웃 서로 가깝게 느끼는 이야기들을 잘 듣고, 이를 이야기 형식 글로 한 편 쓰는 겁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사례집으로 만듭니다.
이 이상을 수치로 만들어 낸다는 건 복지관 현장을 생각하면 무리입니다. 수치로 평가할 때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수치만으로 된 평가서를 요구받으면 이런 평가서를 작성한 뒤 이를 근거로 수치화된 보고서를 만듭니다. 이 둘을 함께 제출합니다.
(숫자는 함정입니다. 현장에서는 숫자를 고문하면 원하는 숫자를 실토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숫자로 표현할 때도 있지만, 숫자가 전부는 아닙니다. 숫자는 보조수단임을 잊지 않습니다.)
111페이지
<지역사회 문제만 보고 시작한 모임, 조심스럽습니다.>
어느 복지관 주민 모임 교육을 다녀와서2010.5.18.
어느 복지관에서 진행한 지역주민 모임 사랑나눔회. 2010년 봄, 이 모임 주민교육을 부탁받았습니다. 여러 회 진행을 부탁하셨는데, 제 역량을 살펴 두 번만 나누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사업계획서를 보내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사업계획서를 읽고 당황했습니다. 그 동네를 가난하고 어려운 곳으로 표현했습니다. 이것도 부족하고 저것도 부족하고, 이것이 없고 저것이 취약하고, 주민 대부분이 해결하지 못하는 욕구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아마도 지원받기 위해 지역사회의 단점을 들춰 강조하려는 듯했습니다.
무엇보다 한 동네 이웃을 사례관리자로 훈련하여 서로 사례관리 업무로 만나게 하는 일이 불편했습니다.
교육 첫날, 이야기에 앞서 참석한 주민들게 여쭸습니다.
“우리 동네 자랑해주세요~”, “우리 동네가 살기 좋은 이유는 뭘까요?”
이런저런 자랑이 쏟아졌습니다. 홍 선생님 글에 실린 회장님도 이날 동네자랑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 자랑 가운데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분은 재개발하지 않은 동네 통장님이셨습니다. 당시 재개발지역 주민과 미개발지역 주민이 절반씩 계셨습니다. 홍 선생님이 활동 후 남긴 글 사진 속 통장님은 재개발지역 통장님셨습니다.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긴 골목을 올라가야 해요. 골목을 오르다 보면 좌우 집집이 문 열린 곳이 많아요. 살짝 들여다보면 음식을 만들거나 김치를 담그는 때가 있습니다. 그 집주인과 눈이 마주치면 들어오라고 손짓해요. 그렇게 들어가 앉아 먹으며 이야기 나누면, 이제 골목을 오르던 다른 이도 또 합류하고, 그렇게 동네잔치가 종종 벌어집니다. 우리 동네는 그런 인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이야기인가요?
2010년 서울에 이런 모습이 있어 눈물 나게 고맙다고 감사했습니다. 이 복지관 사업계획서의 결과 목적이 ‘소외계층 안전마을 재구축한다’였는데, 이만한 안전망이 어디있습니까? 복지관이 계획한 일을 동네 이웃이 이미 하고 계셨습니다. 인정이 넘치는 마을, 이미 그런 좋은 문화, 경험, 강점이 있는데....... 아쉽게도 복지관은 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114페이지
<어느 마을 통장님들 주민교육 후기>
통장님에게 복지관의 일을 돕는 자원봉사자가 되도록 권하는 자리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통장님이 잘하시는 일로써, 잘해 오셨던 경험을 찾고 생동시켜 당신 일상 속에서 이웃과 만나게 도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통장이시니 동네 이웃 사정을 잘 아실 겁니다. 그 동네 이웃에게 서로 나누며 지내게 거드는 일을 하시게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진행하는 교육이란 배운 이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이미 통장님이 경험한 우리 마을의 강점을 찾아보는 일, 통장님이 잘하시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일, 여기 분들과 함께하면 좋을 일 따위를 여쭙기부터 시작했습니다.
......
생신 잔치 사업의 핵심은 ‘관계’입니다. 생신을 챙겨줄 가족, 친구, 이웃이 없습니다. 있어도 경험이 없습니다.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릅니다. 좋은 이웃 관계를 맺는 구실로 생신 잔치를 진행하길 제안했습니다. 그달에 생신이신 어르신을 모아 단체로 축하하는 일도 귀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을 통해 평범한 이웃 관계를 기르기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돕는 이도 어르신을 위해 ‘봉사’했다고 생각할 뿐이요, 어르신도 어떤 단체를 통해 ‘봉사’ 받았다고 느끼기 쉽다고 했습니다.
이왕 진행하는 생신 잔치, 어르신과 관계를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한 어르신의 생신을 한두 분이 전담합니다. 어르신 생신 전에 찾아 뵙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상의합니다. 당신 생일이니 당신의 뜻대로 진행할 수 있게 거듭니다. 평소 둘레 사람과 나누었다면 이를 더욱 잘하시게 돕습니다. 어르신께 가족이 있다면 가족이 할 수 있는 만큼 함께하게 돕습니다.
120페이지
<모든 문제의 답은 주민에게 있다?>
지역주민에게 이런 뜻을 설명합니다. 주민에게 이를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이를 다시 주민이 느끼고 표현하게 거듭니다. 그렇게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이루게 합니다. 복지관 사업이기보다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가 되게 합니다.
122페이지
<1.예산, 당사자와 지역사회 것으로>
사회사업은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고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그 일의 주체가 되게 거드는 일입니다. 그 일에 주인 되려면 당사자와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여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당사자와 지역사회의 것으로 이루게 합니다. 그렇게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가 되게 합니다.
예산이 필요하면 이 일도 처음부터 지역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지역주민에게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돈 쓸일이 없습니다. 특별한 예산이 필요 없습니다.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면 지역사회가 이뤄가고, 그 과정에서 지역사회 지역주민들 경험이 쌓이고, 역량이 강화됩니다. 그렇게 이뤘으니 지역사회 지역주미니 이룬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일이 됩니다.
외부 예산 없이 주민들이 이뤄가니 소박하고 단순하게 계획합니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사업합니다. 그러니 그 일이 단단합니다. 오래갑니다.
소박하고 단순하게 하면 사업이 평안하고 오래갑니다. 지역사회의 역량과 강점이 드러납니다.
지역사회에 ‘외부자원’을 끌어오지 않습니다. 지역사회 밖에서 돈을 가져오면 뜻밖의 갈등도 함께 따라오는 겁니다.
......
예산과 후원은 마중물입니다. 넉넉한 재원보다 소박한 삶 속에서 복지가 생동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넘치는 예산과 후원은 폭탄이라는데, 공모로 얻은 돈 공짜라고 넙죽넙죽 받는 일, 지역사회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가지고 오는 건지 모릅니다. 돈으로 사업하니 보고할 일이 많아지고, 돈 앞에서 구차해지고, 돈 보고 이 사람 저사람 달려들고, 돈의 출처를 묻는 말 앞에 궁색해지고......돈 받으니 평가받아야 합니다. 눈먼 돈, 공짜 돈 같지만, ‘세상에 공짜 없다’는 이야기를 어디에 돈 썼는지 조목조목 밝혀야 하는 엄청난 서류 앞에서 실감합니다. 아침에 출근해 컴퓨터 모니터에게 인사하고, 키보드 마우스와 악수하며 온종일 지낸다는 어느 복지관 선생님의 우스갯소리가 떠오릅니다. 우리 의식을 깨우는 죽비 같은 글, 김동찬 선생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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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스러운 일상 거들기>
멀쩡한 이웃을 자원봉사자로 만들겠다는 계획서, 평범한 사람 관계를 기관이나 제도에 편입하여 조정·통제하겠다는 계획은 위험합니다. 실적과 평가는 풍성해도, 이웃과 인정을 마르게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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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복지 예산 관련 동화>
(1)분열은 넘치는 재물에서 시작
‘어떻게 작은 악마는 빵 조각을 보상하였는가?’는 「톨스토이 단편선」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인간 사이에 다툼을 만들어 큰 악마를 기쁘게 해주려고 작은 악마는 가난한 농부의 빵을 훔칩니다. 작은 악마는 농부가 욕하며 화낼 것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농부는 오히려 누군가 배고픈 이가 먹었을 거라며 너그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농부의 태도에 작은 악마는 당황합니다.
큰 악마는 작은 악마를 야단칩니다. 호되게 혼이 난 작은 악마는 이번엔 다른 방법으로 농부에게 접근합니다. 농사가 잘되게 돕습니다. 곡식이 먹고 남을 만큼 풍작이 되었습니다. 농부는 넘치는 곡식으로 술을 담가 마십니다. 마음이 험해지고, 여유가 사라집니다. 나눌 줄 모르고, 결국 이웃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이를 본 큰 악마가 작은 악마를 칭찬합니다.
......
(2)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 주인공 애너벨은 우연히 털실이 들어있는 상자를 발견합니다. 애너벨은 이어지는 마술 털실뭉치 덕에 사람들과 동물들과 나무에 알록달록 예쁜 털실 옷을 입혀줍니다.
애너벨이 사람뿐 아니라 둘레 뭇 생명과 사물에 털실 옷을 입힐 때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애너벨을 저주하는 이도 있었습니다. 애너벨은 묵묵히 털실 옷을 짜서 입혔습니다. 애너벨 덕에 무채색 마을이 아름답게 바뀌었습니다.
......
이웃 마을 귀족이 애너벨 털실 이야기를 듣고 찾아와 자기에게 털실 상자를 팔라고 합니다. 그 값으로 수십억원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애너벨은 거절합니다. 털실 상자를 갖고 싶은 귀족은 이를 도둑질합니다. 그러나 도둑질해온 상자 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애너벨만이 상자 속 털실을 보고 만질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잇는 털실은 애너벨만이 뜰 수 있습니다.
이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존재함을 말합니다. 우리 사회사업가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게 있음을 알야 합니다. 우리 실천은 돈으로 하는게 아닙니다. 털실로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일은 진정한 마음을 가진 애너벨먼이 할 수 있습니다.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털실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인정도 돈으로 이룰 수 없습니다.
돈으로 이룰 수 없는 게 있습니다. 외부에서 돈 얻어오는 후원공모에 앞서 이를 깊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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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와 함께 쓰는 업무 일지>
기록하는 이가 역사를 만들었습니다. 기록하는 이에게 힘이 주어졌습니다. 사회사업에서도 사회사업가만 기록하고 이를 사회사업가만이 소유하는 일은 조심스럽습니다. 힘이 한쪽으로 쏠릴 수 있습니다.
당사자와 사회사업가가 협력하여 이뤄가는 가운데 당사자가 끝까지 그 일의 주인이게 하려면 기록도 함께합니다. 상황에 따라 함께 쓰거나, 수시로 사회사업가의 기록을 당사자와 적극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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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동아리 활동, 주민 조직화 여러주제>
(1)공동체
‘복지관 사회사업가는 지역사회의 무엇을 보는가?’
복지관 사회사업가는 사람들의 어울림을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게 돕고 싶습니다.
종종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고 말하는 복지관 사회사업가들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다음 질문입니다. ‘무엇을 문제로 보는가’에서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복지관 사회사업가는 사람들 사이 관계가 깨어지는 것을 문제로 봅니다. 일상이 무너지고 있음을 문제로 여깁니다.
건강한 개인이 모인 공동체는 건강할 겁니다. 자기 삶을 살고, 둘레 사람과 더불어 사는 개인을 생각합니다. 공동체(모임, 조직)를 목적으로 보는 이도 있지만, 복지관 사회사업가는 건강한 개인을 위해 필요한 수단(도구)으로 공동체를 생각합니다. 자기 삶을 살아가고, 때때로 기댈 공동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로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만큼 어울리는 느슨한 공동체가 많다면, 일상이 풍요로울 겁니다.
좋은 공동체가 있으면 일상을 관조할 여유가 생기고, 성찰할 힘이 만들어집니다. 자기 삶을 살고 때때로 어울려 사는 삶, 그런 사람이 모인 지역사회, 이를 복지관 사회사업가가 거들면 좋겠습니다.
환경이 마음을 지배합니다. 환경 가운데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는 건 사람입니다. 누구와 함께하고 있ㄴ느가가 행복감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사회적 관계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 생각 이상입니다.
(2)제3의 공간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제3의 공간이 있습니다. 제1의 공간이 집, 제2의 공간이 직장입니다. 제3의 공간은 격식이 없고, 수다가 있고, 소박하고, 음식이 있고, 출입이 자유롭습니다. 그런 공간이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이웃 동아리가 그런 공간입니다.
199페이지
(3)약자의 바탕, 지역사회
이웃과 어울려 살아가는 경험이 문제를 예방하고 억제하고 희석하고 감당하게 하는 우리 지역사회의 탄력성을 키웁니다. 어울려 살아본 경험이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게 합니다. 나의 일로 여기고 기꺼이 함께하려는 마음을 일으킵니다. ‘이웃과 인정’이 지역사회의 문제에 대응하는 근본책입니다. 복지과다운 실천입니다.
그 이수이란 존재도 한 명이면 충분하기도 합니다. 빵 한 조각 훔친 장발장은 그 때문에 19년을 차갑고 더러운 감옥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를 새로운 길로 안내한 이는 미리엘 신부. 그 한 사람의 존재가 누군가의 인생을 완전히 달라지게 했습니다.
다양한 이웃과 교류하는 가운데 절망에서 길이 보이고 울체된 마음이 뚫리는 경험을 맛보기를 기대합니다. 사람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고통을 낫게 하는 것 또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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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해산은 사회사업 실패?>
(1)모임 해산은 자연스러운 사람살이
주민 모임이 만들어진 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기도 하는 건 자연스러운 모습 아닐까요?
우리 삶도 돌아봅니다. 학교 졸업하고 아쉬워하고 눈물도 흘립니다. 그래서 모임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 시간 지나면 잊기도 합니다. 지난 인생 돌아봅니다. 여러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고 직접 만들기도 했지만, 잊은 모임도 적지 않습니다. 다 그렇게 살아갑니다. 주민모임, 오래가면 좋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모임이 사라졌다고 그 모임에 참여한 사람 속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모임을 통해 삶을 공유한 경험이 씨앗처럼 그 사람의 마음속에 심어졌을 겁니다. 어느 날 적당한 비와 햇볕을 만나면 불쑥 뿌리를 내리고 잎을 올려 꽃피우듯, 이 모임은 여기까지지만 나중에 또 다른 모임에서 더 잘 성장하실 수 있고 더 근사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모르는 일입니다. 모임이 사라졌다고 그 모임을 실패했다 단정할 수 없습니다.
233페이지
<조직화는 사회사업가의 실천 방법 가운데 하나>
(3)2015년 생각
주민 조직화 이야기를 마무리 지으면,
조직화는 대체로 시민단체와 같은 현장에서 주로 사용되어온 방법입니다. 불합리한 정책이나 제도를 바꾸는 활동에 이해 당사자인 주민을 조직하여 그 일에 주체로서, 그 문제에 맞서게 하는 때에 사용되어 온 듯 합니다. 이런 일을 이루려면 강하게 연결된 사람들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조직가가 주민들의 헌신과 열정을 끌어내야 합니다. 그러니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이해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 맞서 싸우게 동기화합니다.
반면, 복지관은 공생의 가치를 쫓는 곳입니다. 이웃 서로 어울리게 하는 정도면 충분히 잘했다고 합니다. 오가며 인사하는 정도의 이웃관계를 만들면 충분합니다. 느슨하게 연결된 관계면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사람들 서로 인사하고 지내게, 가끔 차 마시게 돕는 일에 조직화 기법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강하게 연결된 조직과 느슨하게 연결된 조직, 이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 두가지 모두 조직화라 할 수 있습니다. 복지관 사회사업가에게 강한 연결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일 수 있습니다. 오가면 인사하는 관계,가끔 차 마시거나 반찬 나누는 정도의 관계를 만드는 일이라면 잘 할 수 있습니다. 느슨한 연결이라면 해볼 만 합니다. 그리고 그 정도 관계만 잘 주선해도 지역사회가 정겹습니다. 살 만하다고 느끼고 정말 살 만합니다.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