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를 읽고 정리 발췌하면서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 있어도 좋은 방>
< blog.daum.net/farany >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 책은 저의 매형이 근무하는 출판사 휴머니스트에서 출판된 <지금은 살림력을 키울 시간입니다>를 읽어 봤습니다.
휴머니스트에서는 주로 학술적인 인문교양서적을 주로 출판하는 인상이었는데, 이번 출판된 이 책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살림의 각 분야별로, 여러 저자가 쓴, 문학적인 에세이를 모아 묶은 책입니다. 살림초보들에게, 이제 막 자취를 시작한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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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두부-정용준
지나온 날들을 생각해 보세요.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겠지만 나는 엄청나게 많은 어려움을 이겨 내고 여기까지 왔어요. 그때는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일들. 낫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마음과 몸의 상처들. 회복할 수 없을 것 같던 관계들. 부러운 사람들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크고 작은 감정들. 그때마다 어떻게 했었나요? 해결책을 찾고 대단한 사람들의 대단한 도움을 받았나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어떻게 해결됐는지도 모른 채 그것들은 몇 번의 밤과 몇 번의 계절 속으로 햇빛에 눈이 녹아 사라지듯 없어졌을 거예요. 그동안 나는 불면을 겪었지만 잠들었고, 입맛이 없었지만 먹었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공부를 하고, 해야 할 일을 하나씩 하나씩 해 나갔습니다. 이번에 겪는 문제들도 앞으로 겪게 될 문제들도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 잘 해결해 줄 겁니다. 그 순간에는 내게 답이 없는 것 같지만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을 알고 있어요. 생각보다 나는 강하고 생각보다 나는 나를 잘 달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빵을 만들어 먹이는 제과점 주인의 마음처럼 내가 나를 정성스럽게 먹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빵을 만들어 먹는다면 더 좋겠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특별한 기술과 도구들이 필요할 테니 가장 간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두부를 구워 보세요. 담백하고 고소한 두부를 스스로 대접해 보세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될 겁니다. 한 개 두 개 먹는 동안 설명할 수 없는 은은한 변화가 생길 거예요.
밤에게는 아침이. 기운 없는 몸엔 힘이. 슬픈 마음엔 따뜻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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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을 구석구석 돌보는 일, 청소-홍상지
다행인 건 청소의 끝은 대부분 ‘해피엔딩’이라는 거다. 청소를 마치고 소파에 앉아 반질반질한 마룻바닥과 맑은 수조 속 거북이들을 보면 기분 좋은 나른함이 찾아온다. 활발히 움직이는 거북이들에게 ‘내가 끝까지 돌봐 줄게.’하고 다짐도 해 본다. 그러다 스르르 달콤한 주말 낮잠에 빠진다. 이보다 더 훈훈한 결말이 어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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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세탁 인생에 대해 말씀드리자면-금정연
세 가지 빨래가 있다. 다른 사람이 해 주는 빨래, 스스로 하는 빨래,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한 빨래.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빨래는 다른 사람을 위한 빨래다. 그때 빨래는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어쩌면, 모든 빨래가 이미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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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쓰기와 내가 만들기 사이의 균형접기-모호연
‘해 본 일’이 많아질수록 갑작스러운 문제나 필요가 발생해도 전보다 불안을 덜 느낍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을 테고, 어쩌면 내가 해결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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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ㄷ자 안에서 예술 회사 꾸려 나가기-이랑
창작도 어느 순간 갑자기 떠오른 영감으로 ‘휘리릭 짠!’하고 나오는 게 아니라 꼼꼼히 기록하고 분류한 기억을 발판 삼아 자연스럽게 날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포스트잇보다 외장 하드보다 메일보다 노트 메모를 가장 많이 하고, 항상 노트를 몸에 지니고 다니며 씁니다. 노트의 모든 면을 이미지로 기억할 정도로 자주 들여다보고요. 어떨 땐 ‘와, 한 시간 만에 이런 곡을 만들다니!’, ‘와, 하루 만에 이런 글을 쓰다니!’하며 스스로의 천재성에 취할 때도 있긴 합니다만, 이 모든 ‘휘리릭 짠!’은 평소에 해 둔 수많은 기록과 기억에서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록과 기억을 재빨리 꺼내기 위해 책상과 서랍 정리, 그리고 문서 분류가 필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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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려 보니 식물러가 되어 있었다-신예희
시작은 그랬다. 시간이 흘렀고, 지금은 많은 게 달라졌다. 식물은 내가 바쁘든 말든, 우울하고 외롭든 말든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 햇볕과 물과 바람을 요구한다. 만약 식물이 말을 할 줄 안다면 엄청나게 시끄러울 것이다. “야, 물 줘!”
다행히 말없는 그들을 위해 실내 온도를 신경 써서 조절하고, 흙이 말랐는지 축축한지 체크하고, 누렇게 마른 잎을 정리하는 사이 마음이 살금살금 연해진다. 머릿속을 온통 사로잡았던 온갖 골치 아픈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다. 식물은 그렇게 나에게 쉼표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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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과 함께 넓어진 나의 세상-윤덕원
자취방을 전전할 때 마주했던, 곰팡이가 끝없이 생기는 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 가족이 생기고 아이가 생기면서, 수저와 살림도 늘어나고 공간도 더 넓어졌습니다. 조금 나아지는가 하면 다시 또 팍팍하게 되돌아가는 일들의 연속이었네요. 하지만 다른사람과 함께 살게 되고 새롭게 태어난 아이와 지내면서 많은 것들을 느낍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더 잘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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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집사라면 무릇-송지현
킨은 언제나 내 다리 사이에서만 잤다. 킨의 장기 중 하나는 내가 ‘뽀뽀’라고 말하면 내 입술에 코를 가져다 대는 것이었다. 킨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다. 울고 있을 때면 눈물을 핥아 먹는 일 같은 것. 고양이의 세계에도 위로라는 것이 있을까? 지금도 종종 생각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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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함께 숨 쉬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남길 것-임진아
모든 동네를 ‘언젠가’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도 속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여기서 산다면 어떨까?’하는 질문을 시작으로 근처에 산책할 곳은 있는지, 산다면 어떤 기분일지를 상상해 보면서, 마음에 드는 매물을 발견하면 괜히 별표 표시를 해 둔다. 비어 있기에 좋아 보이는 방들에 내 모습을 그려 넣으며 구경하다 보면, 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치며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열심히 살아야겠다!’하는 기운이 자연스레 감돌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면서 하다 만 일을 다시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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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과 함께 숨 쉬기 위해 버려야 할 것과 남길 것-임진아
부엌의 살림은, 부엌에 놓인 모든 것이 알맞게 지내게 하는 일이다. 부엌살림의 시작은 무얼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고, 끝은 수챗구멍을 다시 뽀득뽀득하게 닦는 것이다. 끝과 시작이 바뀌어도 말이 된다. 어떻게 숨을 쉴 것인지 자주 묻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