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돌이켜보면서(오랜만에 포스팅을합니다.)
2022년을 떠나보내며.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스스로 인지도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의 삶에 대해, 사회속에서 자아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고 한다. 삶에 대해서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며 답을 구할 때까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정서는 어둡고 무겁게 되고 가라앉게 된다고 한다. 그러다 우울증에서 많이 회복되고 어느날 자신을 돌아보면, 예전처럼 삶과 인생에 대해서 잠을 설칠정도로 고민하지 않고, 반대로 삶에 대해서 의연하고 태연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삶에서 소소한 일상에서 작고 아담하지만 만족과 행복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어떤 심리학자나 정신과의사에게서 들었는지 궁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멀리 찾아보지 않아도 된다. 나 자신의 정서에 대해 돌이켜보니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소위 말하는 개똥철학에 불과하지만 아주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울증을 앓다가 회복된 사람들의 수기나 상담심리학에 관한 에세이, 웹툰들을 보아도 유사하고 공통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근 몇년간은 자신의 자아정체성에 대해서도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어떤 인간관계를 맺어야 하고, 사람들과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성찰을 하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잘 일하고 있는지, 사람들을 잘 만나고 있는지에 대해 타성에 젖어 순간순간 성찰하면서 곱씹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우울함에서 회복되어서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해서 그랬다면 다행일수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계기는, 근무하는 직장에서 만6년여간 일해온 직장동료 2명에게서 까르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듣게 된 것이다. 이 얘기를 올해에 들으면서 나 자신을 반성, 돌이켜 생각해보는 것이 부재한다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재의 좌표를 정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2022년을 보내면서 이 글을 쓴다.
나 자신을 성찰하는 글들을 안쓴지, 정확히는 블로그에 업데이트를 안한지 몇 년은 된 것 같은데, 수년전까지 소급해서 자아성찰을 하면 그 얘기의 끝을 찾으려면 글쓰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만같고, 얘기의 내용도 한도 끝도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2022년 한해에 한정하여 나 자신의 연말정산을 해보련다.
성당활동하면서 알게 된 노총각 형과 함께 카카오톡 블라인드 오픈채팅방에 가입하였다. 난 거의 잠수만 타고 있다가 그 형의 오프라인 벙개 후일담과 연애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될 만한 조언을 건네주었다. 그 형은 내가 연애에 있어 노련하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나의 조언을 잘 수용해 주었다. 사실 나도 별거 없는데... 그러다 5월5일 잠실야구장에서 하는 두산과 LG의 야구경기 관람 벙개가 있었다. 참여자 모두 티켓팅에 실패했는데, 유일하게 내가 티켓팅에 성공해서 다같이(야구 벙개참여인원은 8명정도) 관람할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시절 야구부의 고교야구 응원차 지금은 사라진 동대문야구장에 버스를 대절하여 간 이후로 처음, 2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야구장에 갔던 것이고, 잠실야구장은 코로나19 방역지침완화로 야구장은 만원이었다. 뒷풀이로 고깃집에 갔고 수다를 떨 수 있어서 좋았었다. 회사와 대학원에 치여 있던 내게는 비타민같던 하루였다. 그리고 얼마 후 나와 그 형은 오픈채팅방의 운영상 내분으로 탈퇴를 하게 된다. 나야 그 형을 도와주러 가입한 것이고, 그 형이 탈퇴함에 따라 나도 탈퇴하는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어차피 나는 잠수를 주로 타던 회원이었기도 했으니까.
마찬가지로 성당활동하다 알게 된 동생이 있는데 몇 년전부터 나보고 프로필 사진으로 쓸 사진 찍어달라고 얘기해서 찍어준다 찍어준다하다 그 친구가 2022년이 되어서야 시간이 돼서 사진을 찍어주게 되었다. 그 친구는 성당을 다니다가 교회를 다니게 되었고, 다행히 좋은 교회공동체를 만나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그 친구는 담배도 끊고 술도 잘 안마시게 된 것 같다(나는 술은 마시지만 담배는 끊었다. 2020년 4월에 끊었다). 나는 코로나19 이후로는 성당에 안나가고 있었는데 촬영해주기로 한 날은 마침 부활절이었다. 그 친구는 교회에 꾸준히 나가는지 부활절이라고 알려주었다.
촬영을 위해 차를 몰고 집앞까지 찾아온 그 친구와 함께 공원을 돌고 까페도 돌면서(커피값은 그 친구가 냈다. 촬영비 명목으로) 그리고 옷도 갈아입으면서 사진을 찍어주었다. 촬영을 마치고 피부를 뽀샤시하게 보정을 하고 명암이나 채도 이런것도 보정을 해서 보내주고 피자(이건 내가 샀다)를 같이 먹었다. 다음에 월급 받으면 맛있는 식사 대접하겠다고 한다. 오랜만에 하는 촬영작업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고객만족도는 최상이었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밤11시경에 7년만에 만난 회포를 풀고는 그 친구는 용인으로 차를 몰고 돌아갔다.
서른살에 명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집근처의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였는데 당시에 학사님(신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으로 미래에 신부님이 될 사람)이 자신이 끼고 있던 묵주반지를 빼서 나에게 주었다. 성당 잘 다니라는 뜻으로.(학사님은 신학교를 무사히 졸업하여 신부님이 되었지만, 그분도 복잡한 사정이 있었는지 환속을 하게 되었다.) 그 신부님이 주신 묵주반지를 12년간 끼고 있었는데 어느날 반지가 끊어졌다. 묵주기도를 할 때 쓰는 이 반지에 애정이 많았는데 너무 아쉬웠다.
마침 그런 나에게 절친이 묵주반지를 하나 맞춰주겠다고 했다.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명동성당 옆의 가톨릭회관의 묵주반지전문점 주얼링에서 반지를 맞추게 되었다. 반지는 택배로 배송되었다. 반지가 집으로 배송되기전까지는 마음이 복잡하고 심난하고 초조했는데, 반지가 도착하여 손가락에 끼우고나니 그렇게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질 수가 없었다. 게임을 잘하는 편은 아니나 게임에서 중요한 아이템을 획득한 기분이었다. 어떤 고난이 닥쳐도 묵주기도를 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고맙다고 몇십년은 끼고 있어야겠다라고 하니 절친은 ‘10년만 껴. 나중에 또 사줄게~’라고 했다.
이사를 갔다. 은평구에서 구로구로. 20대와 30대를 서대문구와 은평구에서 보냈는데, 40대에는 새로운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운 좋게 좋은 집을 구하게 되어 이사를 하게 되었다. 새로운 교통편, 새로운 맛집, 새로운 편의시설, 새로운 까페, 새로운 마트, 새로운 공원, 새로운 동네고양이들 멍멍이들 새로운 가구, 새로운 가전제품 모든 것이 새롭다. 만나서 반갑다. 새롭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해야지.
크리스마스, 어머니 생신을 양력을 지내기 시작하면서 크리스마스이브는 어머니의 생신날이 되었다. 온가족이 모여서 올해에는 강릉의 임당동성당에서 성탄 전야미사를 봤다. 어머니와 나 큰누나와 조카들 셋이서. 다같이 저녁을 먹고 생일케잌에 촛불을 끄고 미사를 갈 사람만 같이 가게 되었다. 임당동성당에 7시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간단한 공연을 보고, 8시에 미사가 시작되었다. 나만 성탄전야미사 경험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경험이 없었다. 조카들에게는 조금 늦게 끝날 꺼고, 처음 참여하는 경우에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고 미리 주의를 주었지만 그래도 조카들은 미사를 보고싶다고 했다. 8시가 될 즈음에는 성당은 자리가 모두 찬 상황이고, 9시 20분경에 미사는 끝났다. 다행히 불평없이 조카들이 미사에 참여해주어서 기특하고 고마웠다. 성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시내거리의 예쁜 조명아래에서 또 기념촬영을 하면서 노닥거리다 집에 왔다. 맛난 음식도 먹고 삼촌이 주최한 게임으로 상품을 나눠주었다. 즐거운 한때를 보내어 생일의 주인공인 어머니도 만족하셨다.
대학원 성적이 발표되었다. 4학기 동안 한과목만 A가 나오고 나머지는 모두 A+가 나왔다. 직장을 다니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게 나와서 주변 지인들과 가족들에게 당당하고 떳떳해졌다. 대학원 석사과정의 마지막 5학기는 논문학기이다. 5학기를 착실히 보내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까르멘 너가 고양이를 키우면 좋겠다는 얘기를 절친이 가끔한다. 너가 고양이를 키우면 집에 자주 놀러 갈거라고도 얘기하면서, 내가 직장을 다니기 때문에 내가 출근하고 고양이를 집에 혼자두면 보살필 사람이 없지 않느냐. 내가 프리랜서가 되지 않는 이상 힘들다고 얘기하지만 가끔 고양이의 일상이 담긴 사진들을 보면 나도 고양이를 기를...???고민이 들기도 한다. 아마 내가 너무 혼자 다니는 것이 걱정되어 반려동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에게 전한 것은 아닌가 한다.
나는 주로 혼자 밥을 먹는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마찬가지이다. 가끔 약속이 있거나 모임이 있으면 함께 식사를 하지만 보통은 혼자먹는 것을 즐긴다. 괜한 파벌이 형성되지는 않는지, 스캔들에 휘말리지는 않는지 등이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너무 혼자서만 다니다보니 그날그날의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자꾸만 적어지게 되어서 안타깝기도 하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감각도 사라지는 것만 같고.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던 시절을 생각하면 혼자 유유자적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지내는 것에 익숙하게 된 것은 MBTI의 I(내향)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주변에 두다보니 닮아가는 것도 있을 것 같다. 화려하고 허세롭고 농담과 유머가 많은 사람보다는 우직하고 듬직하고 성실한 사람에게서 매력을 더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에는 무해한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나 또한 무해한 사람을 선호하게 되어서 그나마 유지하는 몇 안되는 인간관계를 화려하지 않은 사람들로 채우는 것은 아닌가 한다.
2022년을 돌이켜보니 쓸 것이 별로 없을 줄만 알았는데, 분량을 초과할 정도로 돌이켜보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걸 깨닫게 되었다.
모든 내용과 사연을 집어내지는 못하였지만 나와 내곁을 함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빌고 싶다. 그리고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2023년도 화이팅!!
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 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한다.
은유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