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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까르멘 2024. 4. 18. 18:38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고3때>까지만 해도 무언가에 몰두하게 되면 어느 분야이든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듯 헤어나오지 못하고 몰두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중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반영되어 거짓없는 설명을 해주는 학교시험성적이란 나에게 꽤 몰입할 만한 분야였다. 여기에 빠져 있으니 성적은 상위권이었으나 대인관계, 성격, 취미, 여가 등은 완전 꽝이었다. 수업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도 해서 선생님들로부터 이쁨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부에 몰두하느라 나 개인의 삶은 황폐하다시피했고, 이런 공부벌레 인생을 고등학교 졸업 이후 <10년만> 더 하려고 했다. 그러고나서 나 개인의 자아를 성찰하고 개인의 삶을 살도록 계획하였다. 왜 10년이라고 생각했냐면, 의대생의 학업이 약 10년 정도나 그 이상이 걸린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엘리트들이 빠지기 쉬운 비도덕과 탐욕과 부조리와 협잡들을 어른들로부터 권장받기 일쑤였고, 난 특혜나 특권이 있는냥 거들먹거리거나 오만하거나 자만하기 일쑤였다. ‘나 이러다 공부만 하다가 인간으로서는 완전 꽝이 되는 것 아닌가?’하고 염려되는 시점에,
 
<고3때> 여자에 빠지게 된다. 앞서 말했듯 무언가에 몰두하면 깊이 빠져 허우적 거리기 일쑤였던(지금은 아니지만) 나는 스스로 엘리트임을 포기하고 그녀에게 빠져버렸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공부만 잘하는 엘리트로서 의사로서 되어있기보다는 그녀에게 빠져버림으로써 나 자신을 돌아보고 자아를 성찰하고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20여년전>에는 성적이 곤두박질하고 내 감정을 내가 콘트롤 못하고 주체하지 못해 방황하였지만, 그래서 고통스러웠지만,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기초가 되어준 그녀 덕분에 크고 화려한 명성이나 권력, 재물은 없지만 사람을 존중할 줄 알고 사랑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사람을 얻게 된 것 같다.
 
<박찬욱>감독의 영화 ‘아가씨’의 영화내용과 내 인생은 접점이 없지만, 그 영화의 홍보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나의 타마코, 나의 숙희.’
 
흘러간 인연이었지만,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