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는 아가 같아요.
언제나 이불에 누워 있어요.
기저귀도 차고 있어요.
밥도 혼자서는 못 먹어요.
근데 아가랑 달리
배가 고파도 울지 않아요
"밥은 아직 안 됐냐"라고 큰소리를 질러요.
"방금 드셨잖아요."라고 어머니가 화를 내요.
엄마가 할머니에게 화 내시면
아빠가 엄마에게 화를 내세요.
할머니는 아빠의 어머니에요.
"옛날에는 미인이었다"
어릴 때, 아빠는 할머니가 늦게 돌아오면,
훌쩍훌쩍 울었다고 해요.
때때로 할머니는 아빠한테
"당신 누구야"라고 하곤 해요
때때로 할머니는 엄마에게
"도둑이야!"라고 해요.
엄마는 혼자 울 때가 있어요.
내가 "할머니인가 뭔가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하면
엄마는 가만히 말없이 계세요.
의사 선생님은 할머니의 병에 어떤 약도 듣지 않는다고 해요.
나는 혹시 할머니가 우주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우주인과 함께 사는 것은 힘들어요.
우주인은 인간과 꼭 같아도, 인간과 다르니까
그래도 우주인은 살아 있는 거예요.
선생님께서 살아있는 것을 죽이는 것은 나쁘다고 했어요.
할머니도 엄마도 나이가 들면 우주인이 되어요.
저도 지금은 우주인이 되었어요.
다니카와 슌타로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