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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그린 아이-김용섭-

by 까르멘 2010. 2. 4.

 

 

 

날개를 그린 아이 

                      김용섭


웅이는

혼자

언제나 혼자

나무그늘 밑에 앉아 있었습니다.


해바라기 꽃판만한 운동장에선

해바라기 씨앗 같은 아이들이 놉니다.

뻥뻥 차 올린 공은

금세 하늘로 올라가

햇덩이로 박힙니다.


―참 좋겠다. 저 아이들은…….


혼자라서

오늘도

심심한 웅이는

땅바닥에 손가락 그림을 그립니다.


앞산도 그리고

나무도 그리고

꽃도 그리다가

팔 닿는 곳까지 그려진 모두에게

날개를 둘씩 달아주었습니다.


―하하하, 이런 엉터리…….


어느새 둘러싼 아이들이 웃다가

더 큰 날개를 달아주자고 나섰습니다.

선생님도 오셔서 들여다보곤

어깨를 가만히 부추겨주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앞산이

나무가

꽃이

멀리 목발 짚고 다니던 학교길이

날개를 펴고

포로롱 포로롱 날아오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