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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흘러가는 구름, 그리고

by 까르멘 2011. 9. 5.

 

 

보름달이 떴던 날이었다.

어머니는 지나가다 좋은 풍경이 있거나 꽃들이 있거나 혹은 그런 것들이 티비에 나온다거나 하면

날 불러서 꼭 보게 한다.

풍경을 놓치게 되는 타이밍이라면 더 큰소리로 날 불러서(그러면 나는 좀 쉬게나두지... 하는 투정을하긴 하지만..)

보게한다.

간만에 강릉에 내려가니 창문너머로 달이보인다며 이번에도 불러서 보게 하셨다.

사실 달이 구름속에 가려져 있었는데

달이 나올 때까지 여유가 있었으므로 난 내 방에 돌아가 카메라를 들고 다시 안방에 와서

달이 나올때까지 기다렸다가

사진을 몇컷 찍었다.

 

어머니와 함께 성당에 가서 미사를 보고 난 뒤라서일까.

달빛이 십자가 형상으로 찍혀서 기분이 묘했다.

(몇번이나 동그랗고 또렷한 달을 찍으려고 했는데

그날은 왠일인지 이렇게 찍히게 되었다.)

 

달이나 별, 구름들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의 순리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작고 연약한 한 인간으로서 때론 숙연해지곤 한다.

인간 각자에겐 운명이란 것이 존재할까?

 

만일 있다면 그 자신의 운명에 순순히 순응하는 경우가 있겠고.

한편으론, 거부하려고 발버둥치다가

결국엔 자신의 인생행로에 있어 정해진 길을 벗어나다가

결국엔 운명이란 길 안으로 돌아와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지.

 

혹은, 운명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고 인간의 자유의지란 것이 소중하다고 여길수도 있지만....

그런 자유의지 만(!)으로 인생이 개척될 수 있다고 믿기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살아온 경험으로 봤을때.

(그렇게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못되지만...) 

 

내 경우엔(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람마다 한가지로 정해져 있다고 확언은 할 수 없을지라도,

어느정도 정해진 운명이 존재하고 있지 않나 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요즘이다.

그리고 그 운명이란 정답을 한걸음 한걸음 살아가면서

 

채점하면서... 반성하면서...

운명을 알아내가는 것인지도, 확인해나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