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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점 기세춘 선생의 <장자>에서 인상깊은 부분 발췌.(雜篇잡편)

by 까르멘 2013. 7. 3.



雜篇


제22장. 知北游지북유


22-1

지혜’가 북쪽으로 원수의 상류에서 노닐다가

은분의 언덕에 올랐다.

여기서 우연히 ‘무위위’를 만났다.

지혜가 무위위에게 말했다.

“나는 자네에게 물을 것이 있네.

어떻게 생각하고 꾀하면 도를 알 수 있는가?

어디에 처하고 무엇을 하면 도에 거처할 수 있는가?

누구를 따르고 누구에게 인도를 받으면

도를 얻을 수 있는가?“

세가지 질문에 무위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답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답을 몰랐던 것이다.

지혜는 답을 얻지 못하자 백수의 남쪽으로 돌아와

호결의 언덕에 올라 광굴을 만났다.

지혜는 앞서와 같은 말로 광굴에게 물었다.

광굴이 말했다.

“오냐! 내가 알지. 너에게 말해 주지!”

그러나 광굴은 말을 하려는 중간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지혜는 답을 얻지 못하자 제궁으로 돌아가

황제를 알현하고 물었다.

황제가 말했다.

“생각하지도 말고 꾀하지도 않는 것이 도를 아는 시작이며

처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않는 것이 도에 거처하는 시작하며

따르지도 말고 인도하지도 않는 것이 도를 얻는 시작이라네.“

지혜가 황제에게 물었다.

“나와 그대는 알고 무위위와 광굴은 모른다고 했는데

누가 옳은가?“

황제가 말했다.

“무위위는 참으로 옳았고

광굴은 도에 가깝고

나와 너는 끝내 가깝지 못했다.

대저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 자다.

그러므로 성인은 말 없는 교화를 행하는 것이다.

도는 말로 이룰 수 없고

덕은 말로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24장 徐戊鬼서무귀


24-3


무후가 물었다. “선생을 뵙고자 한 지 오랩니다.

나는 백성을 사랑하고

의를 위해 전쟁을 종식시키려 하니 옳은 일이지요?“

서무귀가 답했다. “아닙니다.

백성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백성을 해치는 시초입니다.

의를 위해 전쟁을 종식시키려 한다고 말하는 것은

전쟁을 일으키는 근원입니다.

군주께서 이와 같이 한다면 거의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무릇 아름다운 이름을 이루려는 것은

바로 미움을 담는 그릇이 됩니다.

군주께서 인의를 위하여 밀고 나가는 것은

‘인위’에 머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형체는 형체를 낳고

성공은 자기자랑이 있으며

상생으로부터 변화는 전쟁을 버리게 합니다.

그러므로 군주께서는 성대한 열병식과

누관을 반드시 없애고

궁중에서 보병과 기병을 없애십시오.

저장함이 없으면 도리어 얻습니다.

남을 이기려는 기교를 없애고

남을 이기려는 모의를 없애고

남을 이기려는 전쟁을 없애야 합니다.

무릇 남의 백성을 죽이고 남의 토지를 겸병하여

내 몸과 내 정신을 보양하려 한다면

그 전쟁은 무엇이 옳은지 알 수 없습니다.

승리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군주께서 만약 백성을 위하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았다면

마음속의 성실함을 길러

천지의 생명 살림의 마음에 호응하여 어지럽히지 마십시오.

그렇게 되면 백성들은 이미 죽음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군주께서 어찌 병사를 뒤엎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24-5


지모 있는 선비는 걱정할 변란이 없으면 즐겁지 않고

변론하는 선비는 학설을 담론할 단서가 없으면 즐겁지 않고

감찰하는 선비는 지난 일을 문초하는 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다.

이들은 모두 외물에 갇혀 있는 자들이다.

세상을 흔드는 선비는 조정을 흥성하게 하고

백성을 순종시키는 선비는 관직을 번거롭게 하고

힘이 센 선비는 간난에 민첩하고

용감한 선비는 환난에 분발하고

병사들은 전쟁을 즐거워하고

산림의 선비는 명예를 좋아하고

법률 하는 선비는 법망을 넓히고

예악의 선비는 용모를 공경히 하고

인의의 선비는 교제를 존중한다.

농부는 농사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고

장사치는 장사 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다.

서민들은 아침저녁 생계가 마련되면 부지런하고

공장 일꾼들은 기계와 기술이 있으면 기운이 난다.

돈과 제산이 쌓이지 않으면 탐욕자는 근심하고

권세가 더해지지 않으면 과시하려는 자는 슬프다.

이처럼 세력과 외물을 좇는 자들은 변란을 즐기고

때를 만나야 소용되므로 무위자연할 수 없다.

이들은 세상 형편에 따르며 순종할 뿐

변화에 물처럼 자정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육체와 성정을 쫓기게 하여 만물에 골몰하게 하면서

종신토록 돌아올 줄 모르니 슬픈 일이다.


제25장 則陽칙양


25-2


성인은 막히고 묶인 것을 풀고 통하게 하여

두루 다 일체가 된다.

그러면서도 그런 줄 모르는 것은 자연스런 성품이다.

천명으로 돌아가 함부로 조작함을 두려워 하고

하늘을 스승으로 삼는다.

사람들은 본받아 따르면서 천명이라고 한다.

지혜로 걱정하면

행함이 항상 때를 놓쳐

멈추기 마련이다.

어찌할 것인가?

태어날 때부터 미인인 자에게는 사람들이 거울을 준다.

알려주지 않으면 그가 남보다 아름다운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든 모르든

그것을 들었든 못 들었든

그것을 좋아하는 것은 버릴 수 없는 본성이며

남들이 그를 좋아하는 것 역시 버릴 수 없는 본성이다.

성인이 사람을 사랑하면 사람들이 그에게 명성을 준다.

알려주지 않으면 그가 사람을 사랑한 줄 모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든 모르든

그것을 들었든 못 들었든

그가 사람을 사랑한 것은 버릴 수 없으며

남들이 그를 편안히 여기는 것 역시 버릴 수 없는 본성이다.

옛 나라의 옛 도읍은 바라볼수록 감회가 사무칠 것이다.

비록 구릉엔 초목이 얽혀 보이지 않지만

그 속에서 들어간 사람은 십중팔구

감회가 똑같이 사무칠 것이다.

하물며 본 것을 또 보고 들은 것을 또 들은 사람이랴?

열 길 누대에 매달려 여러 사람과 함께 조망하는 자이랴?

염상씨는 그 순환의 중앙을 얻어 이를 따라 이루었으므로

사물과 더불어 했을 뿐 시작도 끝도 없으며

다함도 없고 시간과 날짜도 없었다.

만물과 더불어 조화하는 것은

한결같아서 변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 시험 삼아 그것을 집으로 삼지 않는가?

하늘을 스승으로 따르려 해도 따르지 못하는 것은

모두가 외물을 따르고 그것을 섬기기 때문이다.

어찌할 것인가?

성인은 처음부터 하늘도, 살마도,

비롯됨도, 사물도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과 함께 행하되 쇠퇴하지 않고

그 행함이 갖추어져 무너지지 않고

그와 부합하였다.

어찌할 것인가?


26장 外物외물


26-6


노래자의 제자가 땔나무를 하러 나갔다가

공자를 만나고 돌아와 고했다.

“저기 한 사람이 있는데 윗몸은 길고 아랫도리는 짧으며

늙은이처럼 등은 굽고 귀는 머리 뒤에 붙은 것이

마치 천하를 다스리는 듯 거만한데

누구네 집 아들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래자가 말했다. “그는 공구이다 불러오너라.”

공작 오자 노래자가 말했다.

“구야! 네 몸의 자만심과

지자인 척하는 태도를 버려라.

그러면 군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절을 하고 물러나

두려운 듯 얼굴빛을 고치고 물었다.

“크게 등용될 수 있을까요?‘

노래자가 답했다.

“일세의 아픔을 참지 못하면

그 교만은 만세의 환난이 된다.

만약 진실로 마음이 가난하면

지략이 미치지 못함이 없을 것이다.

인혜를 베풀어 환심을 사는 것은 교만이며

종신토록 추함을 남길 것이다.

민중을 따라서 행하고 나아갈 뿐이다.

서로 명성으로 끌어들이고, 서로 사사로움으로 결탁하며

요임금을 기리고 걸주를 비난하는 것보다는

둘 다 잊어버리고 명예심을 없애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무위로 돌아가면 근심하지 않고

무위를 행하면 거짓됨이 없을 것이다.

성인은 자연스런 마음으로 일을 일으키므로 매사에 성공한다.

어떤가?

인위의 짐을 싣고 평생 고통스러워할 것인가?


제28장. 양왕


28-1

요임금이 천하는 허유에게 선양하려 했으나

허유는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자주지보에게 선양하려 했다.

이에 지보는 말했다.

“나에게 천하를 다스리게 하려는 의도는 좋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마침 은둔하려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므로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없습니다..“

천하는 지극히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생명을 해칠 수는 없다.

하물며 명성과 재물 따위로 생명을 해치겠는가?

그렇지만 천하를 다스리려 하지 않는 자에게

천하를 맡기려 한 것은 옳은 결정이다.

순임금도 천하를 지보에게 선양하려 했다.

지보는 말했다.

“나는 마침 은둔하려는 우울증이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병을 치료하는 것이므로

천하를 다스릴 겨를이 없습니다.“

옛날부터 천하는 큰 그릇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생명을 바꿀 수는 없다.

이것이 도인과

속인이 다른 까닭인 것이다.

이에 순임금은 천하를 선권에게 선양했다.

선권은 말했다.

“나는 우주의 중앙에 서 있다.

겨울에는 모피를 입고 여름에는 갈포를 입으며

봄에는 밭 갈고 씨 뿌리며

몸은 만족스럽게 노동을 하고

가을에는 추수하며

몸은 만족스럽게 노동을 하고

가을에는 추수하며

몸은 만족스럽게 휴식한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며

천지에 소요하니,

마음과 뜻이 만족하거늘

내 어찌 천하를 다스리겠습는가?

슬프다! 그대는 나의 이 행복을 알지 못하다니!“

선권은 천하를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예 속세를 떠나버렸다.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그가 있는 곳을 아는 이가 없었다.

순은 또 천하를 그의 벗인 석호의 농부에게 넘기려 했다.

석호의 농부가 말했다.

“힘써 노동을 하는

나 같은 사람은 밭에서 일하는 선비라네.“

그는 순이 덕이 지극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지아비는 짊어지고

처는 머리에 이고 자식들의 손을 잡고

바다로 들어가

종신토록 돌아오지 않았다.


28-2


태왕 단보가 빈에서 살 때

북적이 침입했다.

가죽과 비단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고

개와 말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고

주옥을 바쳐 사대했으나 받지 않았다.

북적이 요구하는 것은 땅이었다.

태왕이 말했다.

“남의 형과 같이 살고자 그 동생을 죽이고

남의 부모와 함께 살고자 그 아들을 죽이는 짓은

나로서는 차마 할 수 없다.

그대들은 모두 그냥 머물러 살도록 노력해 보라.

내 백성이 되는 것hk 북적의 백성이 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

내가 들은 바로는

기르는 수단 때문에 길러야 할 주체를 해치지 말라고 했다.“

태왕이 지팡이를 짚고 빈을 떠나자

백성들이 줄지어 그를 따랐다.

그래서 기산 아래에 새로운 나라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태왕이야말로 생명을 존주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람은

비록 부귀해도 그것 때문에 몸을 해치지 않고

비록 빈천해도 이익 때문에 몸을 구속하지 않는다.

요즘 사람들은 고관대작이 되면

모두 그것을 잃을까 걱정한다.

이익 앞에서는 생명을 가볍게 잊어버리니

어찌 미혹됨이 아니겠느냐?


28-6


열자 선생은 궁색하여 용모에 굶주린 기색이 역력했다.

객이 이에 대해 정나라 재상 자양에게 간언을 했다.

“열자는 모두가 도를 지닌 선비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가 군자의 나라에 살면서 궁색하니

군자께서 도움을 주시지 않는다면

선비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자양은 이 말을 들은 즉시

관리에게 명하여 그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다.

열자 선생은 사자를 접견하고 재배한 후 곡식을 사절했다.

사자가 떠나고 열자가 방에 들어오자

그의 처가 가슴을 치며 말했다.

“첩이 듣기로는

도인의 처자는 다 편안하게 산답니다.

지금 우리는 굶주리는 처지에

마침 군주께서 과분하게도 선생에게 양식을 보내셨는데

선생은 이를 받지 않으시니 어찌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열자 선생은 웃으면서 처에게 일러 말했다.

“군주는 마음으로 나를 알아준 것이 아니라

남의 말을 따라 나에게 곡식을 보낸 것이오.

그러니 그는 나를 벌주는 경우에도

또한 남의 말을 따를 것이오

이것이 내가 곡식을 받지 않은 까닭이오.“

그 종말은 과연 민중들이 그의 가혹한 정치에 난을 일으켜

자양을 살해했다.


28-8


원훤이 노나라에 살 때

한 칸의 움집 방에 생풀로 지붕을 이었고

숙대로 엮은 문은 불안했고

뽕나무로 지도리를 삼았고

깨진 독으로 창문을 만든 방이 둘인데 헌 옷으로 막았다.

위에서는 비가 새고 아래는 습한데

바르게 비파를 타고 있었다.

자공은 큰 말을 타고

감색 바탕에 겉은 흰 줄이 있는 옷을 입고

수레가 다닐 수 없는 골목이라

걸어서 원훤을 찾아왔다.

원훤은 화산관을 쓰고 발뒤축이 없는 신발을 신고

명아주 지팡이를 짚고 문앞에서 맞이했다.

자공이 물었다.

“오! 선생은 어찌 병색이오?”

원훤이 응답했다.

“제가 듣기로는 재산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우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을 병통이라 합니다.

지금 저는 가난할 뿐 병통이 아닙니다.

지금 저는 우물쭈물하면서 난감한 표정이었다.

원훤은 웃으며 말했다.

“속세의 명예를 위해 행동하고

무리 지어 주선하며 벗을 삼고

남을 다스리기 위해 학문을 gkr, 자기를 위해 가르치며,

인의를 빌려 사특하고,

수레와 말을 수식하는 짓을

저는 차마 할 수 없습니다.


28-14


주나라가 일어날 때 진정한 선비가 있었는데

은나라의 작은 봉국 고죽국의 두 왕자로서

이름은 백이와 숙제라 했다.

두 형제는 서로 일러 말했다.

“듣기로는 서방에 지도자(문와과 무왕)가 나타났는데

도가 있는 것 같으니 시험 삼아 가서 보기로 하자!“

기산의 북쪽에 이르렀을 때 무왕이 그들의 소문을 들었다.

무왕은 숙단을 파견하여 그들을 접견토록 하고

아울러 맹약했다.

“봉록을 이 등급으로 하고 관직은 일 품으로 하며

희생의 피로 맺겠다.“

두사람은 서로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 이상하다.

이것은 우리가 말하는 도가 아니다.

옛 신옹씨는

철마다 제사에 공경을 다했으나 복을 빌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충신으로 다스림을 다했으나 요구하는 것이 없었다.

즐겁게 정법을 펴 정사를 다스렸고

즐겁게 다스림을 펴 태평성대를 이루었으나

남의 실패로 자기를 이루지 않고

남을 낮추어 자기를 높이지 않았다..

때를 만났다고 자기 이익을 챙기지 않았다.

지금 주는 은의 어지러움을 드러내

두렵게 함으로써 정사를 다스리고

위에서는 꾀로하고 아래서는 뇌물로 하며

병력에 의지하여 위엄을 보존하고

희생을 갈라 피로써 맹약함으로써 믿게 하고

노래를 선양하여 대중을 달래고

살육과 정벌로 이익을 챙긴다.

이것은 난정을 밀어내고

폭정으로 바꾼 것에 불과하다.

우리가 들은 바는 옛 선비들은

치세를 만나면 벼슬을 피하지 않고

난세를 만나면 구차한 삶을 구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이제 천하가 어두워지고

주나라 덕은 쇠미하니

주나라에 병합되어 내 몸을 더럽히기보다는

속세를 피하여 내 행실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 낫겠다.“

그들은 북으로 수양산에 이르러

이윽고 굶어 주었다.

백이숙제를 따르는 자는

부귀를 구차하게 얻을 수 있다 해도

반드시 취하지 않을 것이며

고고한 절의와 엄정한 행실로

자기 뜻을 홀로 즐거워하며

속세를 섬기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절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