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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왜 태양 주위를 공전하나요?

by 까르멘 2013. 11. 20.



는 왜 태양 주위를 공전하나요?


국민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지금은 초등학교이지만) 보통의 꼬꼬마 아이들이 그렇듯 나도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많았다. 한글을 막 익혀서 길거리 간판을 더듬더듬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무지개 슈퍼에 있던 <어름>과 자매 슈퍼의 <얼음>은 뭐가 다른 건지부터 해서, 하늘은 왜 낮에는 파랗다가 저녁에는 붉어졌다 밤에는 검은색이 되어버리는지 심지어 낮에 노란하늘이 되어버리는 일은 왜 그런지 도통 궁금하고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이건 왜 그래요?>란 질문에 엄마는 인내심을 갖고 엄마가 아는 상식 선에서 대답을 해주곤 했다. 내가 커갈수록 어려워지는 질문에 버거워 하신 엄마는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가르쳐 줄 것이라고 학교샘들에게 미루는 일이 많아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는 <그건 고학년이 되면 배울꺼야.>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중학교에 올라가면 가르쳐줄꺼야>라는 식의 엄마의 이야기를 순진하게도 믿어버렸다. 


어릴 적 <7월, 8월이 되면 왜 이리 더워요?>라는 질문에 엄마는 <여름이라서 그래(넌 아직 어려서 그것도 모르는 구나?)>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는데......나중에 중학생이 되어서 어렸을 때 배운 대로 <7월, 8월에는 여름(!)이라서 유독 덥습니다!>라고 자신있게 설명했다가 <이상기후현상과 지구온난화 현상 때문에...주저리 주저리 말방구...>하는 반 비웃음 섞인 어조의 과학적 설명을 들을 때에도 <지구온난화도 7월, 8월이 여름이니깐 무더운 효과가 있는 것 아니냐! 칫!>하는 속으로 하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역시 어릴적 가정교육이 중요하긴 중요하구나란 생각이 글쓰는 지금 돌이켜보니 들기도 한다. 풋^^;;;    


자연과 인간과 세상에 대한 궁금증은 나이를 먹어가고 사춘기가 왔지만, 세상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여전했다. 달라진 점이라면 고등학교도 시험봐서 괜찮은 성적으로 입학하고 비평준화 지역의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다니다보니 좋은 점들이 생기기는 했다. 100개의 문항에서 문제가 원하는 답을 다 했는데 간혹 한 두 문항이 틀려서 선생님께 교무실로 가서 질문을 하러 가서 엉뚱한 질문을 해도 선생님들이 코웃음치며 무시하는 경우도 적어졌다. 


모르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모르는 데도 가만히 아는 것처럼 있으면 당장에 체면은 구기지 않을지라도 발전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온 나는 어느날 지구과학선생님께 이런 질문도 해봤던 것 같다. <지구는 왜 자전하고 공전하는가?>하는 질문이었다. 지구과학 선생님은 태양의 중력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시고 객관적으로 보일만한 법칙에 대해 공식에 대해 설명해 주셨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존재론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었으나 그같은 질문을 어떤 언어로 해야 하는지 잘 몰랐었던 것 같다. 


난 <그래서 도대체 왜(!) 지구는 왜(!) 태양주위를 도는 건가요?>라고 동어반복일 수도 있는 질문을 다시 했다. 태양은 왜 그 자리에 있고 지구는 왜 도는 지에 대한 일차적인 설명을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해명했지만 그 다음의 질문을 한 번 더 하게 된 나는 과학이라기 보다는 철학의 문제에서 접근한 설명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선생님은 자기 전공이 아닌 분야의 이야기를 원하는 내가 조금 답답해보이거나 짜증이 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몇 번 코드가 어긋나는 질문과 답을 하는 동안 그런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답은 선생님이 해주지는 못하는 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고등학교 시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어릴 때 들은 <학교 가면 선생님이 가르쳐 줄꺼야.>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난 점차 머리가 굵어져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이를 조금 더 먹은 지금의 나는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는 것은 지구가 홀로 있기 쓸쓸해서, 태양의 따스한 얼굴을 보고 싶어서, 자꾸만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고 어린 조카들에게 전래동화식의, 어쩌면 나(!)에게 있어선 납득하기 쉬운 방식의 설명을 해 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