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동안 파올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와 <연금술사>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어려울 수도 있을 주제를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은 충분히 매력이 있고도 남았다.
두 소설 모두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의 이유와 삶을 살아가고 개척해나가는 면에 있어
고민의 흔적을 여실히 잘 나타내주고 있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원작의 풀이와 줄거리 해설과 같은 독후감 보다는
원작의 별처럼 빛나는 부분들을 인용하는 것이
원작의 감동을 전해주고 흥미를 이끌어 "이 책을 나도 읽고 싶다."는
동기부여 역할을 더 확실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원작의 인상깊은 구절들을 발췌해 봅니다.
(우선 파올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부터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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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p
어떤 상인이 행복의 비밀을 배워오라며
자기 아들을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에게 보냈다네.
그 젊은이는 사십일 동안 사막을 걸어
산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성에 이르렀지.
그곳 저택에는 젊은이가 찾는 현자가 살고 있었어.
그런데 현자의 저택, 큼직한 거실에서는
아주 정신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어.
장사꾼들이 들락거리고, 한쪽 구석에서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이야기를 나누고,
식탁에는 산해진미가 그득 차려져 있더란 말일세.
감미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악단까지 있었지.
현자는 이 사람 저사람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젊은이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두시간을 기다려야 했지.
마침내 젊은이의 차례가 되었어.
현자는 젊은이의 말을 주의깊게 들어주긴 했지만,
지금 당장은 행복의 비밀에 대해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했어.
우선 자신의 저택을 구경하고
두 시간 후에 다시 오라고 했지.
그리고는 덧붙였어.
‘그런데 그전에 지켜야 할 일이 있소.’
현자는 이렇게 말하더니 기름 두 방울이 담긴
찻숟가락을 건냈다네.
‘이곳에서 걸어다니는 동안
이 찻숟갈의 기름을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 되오.’
젊은이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찻숟가락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두 시간 후에 그는 다시 현자 앞으로 돌아왔지.
‘자, 어디......’
현자는 젊은이에게 물었다네.
‘그대는 내 집 식당에 있는 정교한
페르시아 양탄자를 보았소?
정원사가 십 년 걸려 가꿔놓은 아름다운 정원은?
서재에 꽂혀 있는 양피지로 된 훌륭한 책들도
살펴보았소?’
젊은이는 당황했어.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노라고 고백했네.
당연한 일이었지.
그의 관심은 오로지 기름을 한 방울도
흘리지 않는 것이었으니 말이야.
‘그렇다면 다시 가서 내 집의 아름다운 것들을 좀 살펴보고 오시오.’
그리고 현자는 이렇게 덧붙였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모르면서 사람을 신용할 수는 없는 법이라오.’
이제 젊은이는 편안해진 마음으로 찻숟가락을 들고
다시 저택을 구경했지.
이번에는 저택의 천장과 벽에 걸린
모든 예술품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어.
정원과 주변의 산들, 화려한 꽃들,
저마다 제자리에 꼭 맞게 놓여 있는
예술품들의 고요한 조화까지
모두 볼 수 있었다네.
다시 현자를 찾은 젊은이는 자기가 본 것들을
자세히 설명했지.
‘그런데 내가 그대에게 맡긴 기름
두 방울은 어디로 갔소?’
현자가 물었네. 그제서야 숟가락을 살핀 젊은이는
기름이 흘러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네.
‘내가 그대에게 줄 가르침은 이것뿐이오.’
현자 중의 현자는 말했지.
‘행복의 비밀은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을 보는 것,
그리고 동시에 숟가락 속에 담긴 기름 두 방울을 잊지 않는 데 있도다.’
78p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무언의 언어가 있는 게 틀림없어.
난 양들과 함께 지내며 그걸 알았고,
이젠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야.’
산티아고는 새롭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전에 경험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길을 떠난 후에
새로운 눈으로 새삼스레 그 숨은 의미를
깨치게 되는 것들이 많았다.
그전에는 너무 익숙해 아무런 깨달음도
주지 않았던 것들로부터.
‘만약 내게 무언의 언어를 해독할 능력이 있다면,
이 세계 전체를 해독할 수 있을 거야.’
산티아고는 느긋하게, 걱정 따위는 접고
탕헤르의 작은 골목들을 걸어보기로 했다.
표지를 알아보려면 그 방법밖에 없을 것 같았다.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테지만,
양치기로 살면서 얻은 최고의 재산이 곧 인내심이었다.
90p
그걸 ‘은혜의 섭리’라고 부르지.
바로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거야.
그런 행운이 따르는 건 자네의 삶이
자네가 자아의 신화를 이루며
살아가길 원하기 때문일세.
94p
“그런데 아저씨는 왜 지금이라도 메카에 가지 않는 거죠?”
산티아고가 물었다.
“왜냐하면 내 삶을 유지시켜주는 것이
바로 메카이기 때문이지.
이 모든 똑같은 나날들, 진열대 위에 덩그라니 얹혀 있는 저 크리스털 그릇들,
그리고 초라한 식당에서 먹는 점심과 저녁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메카에서 나온다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마음속으로는 벌써 수천 번 사막을 가로질러
성스러운 반석이 있는 광장에 도착하고,
율법에 따라 그 바위를 만지기 전에 광장을
일곱 바퀴 돌고 있는
나 자신을 눈앞에 그려보았지.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그날 상점 주인은 산티아고에게
진열대를 만들어도 좋다고 허락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꿈을 보는 것은 아니었다.
97p
산티아고는 이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가 찾은 보물은 이 낯선 땅에 오게 된 것,
도둑을 맞아 빈털터리가 된 것,
그리고 다시 한푼도 축내지 않고 양떼를 두 배로 불리게 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크리스털 그릇을 사고파는 일, 무언의 언어
그리고 표지들 같은 중요한 것들을 배웠으니 말이다.
100p
마크툽
-대개 종교적인 의미로 쓰이는 아랍어로
‘그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씌어있는 말이다.’라는 의미.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다’
정도의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107p
물론 양들은 그에게 중요한
다른 한 가지를 가르쳐주었다.
세상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어떤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 말이다.
그는 바로 그 언어를 통해 지금까지
가게를 키워 올 수 있었다.
그건 사랑, 열정, 무언가를 바라고 믿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감동의 언어였다.
이제 탕헤르는 더 이상 낯선 도시가 아니었다.
164p
당신도 당신의 꿈, 늙은 왕과 보물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지요.
당신은 표지에 대해서도 말해주었어요.
이제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당신을 내게 데려다준 것이
바로 그 표지들이었으니까요.
나는 당신 꿈의 일부이고,
당신이 자주 얘기하는
자아의 신화의 일부이기도 해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여행을 계속하길 원해요.
당신이 찾는 그곳으로 말예요.
만일 전쟁이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
그렇게 하세요.
하지만 그전에 떠나야 한다면
당신의 신화를 향해 떠나세요.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랍니다.
우리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거에요.
206p
“그렇다면 금을 만들려다 실패한 다른 연금술사들은 뭐가 잘못되었던 거죠?”
“그들은 단지 금만을 구했네. 자아의 신화,
그 보물에만 집작했을 뿐
자아의 신화를 몸소 살아내려고는 하지 않았지.”
255p
마침내 모래언덕에 올라섰을 때,
그는 뛰는 가슴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보름달과 사막의 순결한 흰빛으로 환희 빛나는,
신성하고 장엄한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자아의 신화를 믿게 되고,
늙은 왕, 크리스털 상인, 영국인 그리고 연금술사를
만날 수 있었던 것에
신께 감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은 결코 자아의 신화와 결별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준,
사막의 한 여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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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11 까르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