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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연서의 휴가-1>

by 까르멘 2017. 7. 11.


단편소설(?) <연서의 휴가-1>


후루룩, 후루룩 빗소리가 라면흡입하는 소리처럼 들리는 봄날이다. 창 밖의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개운해지길 바라는 하늘을 움찔움찔 바라보곤 가던 길을 가곤 했다. 곧 비가 그칠까? 우산을 작은 가방에 항상 갖고 다니는 연서는 비 맞을 걱정은 없어보였지만, 작은 가방에 항상 구기듯 갖고 다니던 우산이 조금 일그러져 우산살이 하나가 삐져나온 채 쓰고 다니는 것이 창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그것이 그의 가장 큰 우려점일 지도 모른다. 비가 와서 선선해진 날씨에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그의 마땅한 일과를 진행시키는데 그는 난감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휴일의 카페 죽돌이 노릇을 늘  하던 대로 하고 있는데 뭐가 걱정일까? 고민 하나 없어보이는 그의 선한 인상이 부러울 따름이지만 그에게도 걱정꺼리 하나 둘 쯤은 있을 게다. 삐져나온 우산살을 펼쳐들고 우중의 길거리를 걸어 귀가를 하는 것 만큼은 못참겠다든지 하는 고민? 아냐 그런 것 말고 근사한 고민은 있을 것만 같다. 어째서 그는 지금 보고있는 최신판 영화를 토렌트로 무료로 다운받고 싱크가 조금 맞지는 않지만 절대 무난하지 않다고 리뷰되어 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보고 혹해서 보고 있는 그 영화보다 옆 테이블의 중년의 아주머니 4인조의 수다가 항상 더 흥미로운걸까? 라는 고민?과 함께 옆테이블 4인조의 전후 맥락 없이 반 강제로 자연스레 듣게 되다가 거기에 혹해서 볼륨을 줄여가며 빠져들게 되는  세상의 떠도는 이야기들은 막대한 예산을 들이고 숙련된 배우들의 연기보다 흥미로운지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나온다. 


아냐 그의 감성이 길거리 숙련된 아주머니 4인조의 이야기에 주파수가 더 잘 맞추어져 있어 고급 컨텐츠에 만족을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쉽게 말해 싸구려 막귀라는 얘기이다. 하지만 연서에게는 그가 싸구려 감성이라는 얘기는 비밀로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게 사실이라도 팩트폭력이 되는 것만 같아 미안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으니까. 


얼마나 싸구려 얘기길래 비밀로까지 해둘까? 의구심이 들까봐 얘기하자면 자기는 백만불짜리 인재인데 자기 입으로는 얘기하기 민망하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라고 인정욕구와 허세에 찌든 이야기와 그에 무던히 호응하며 맞장구치는 나머지 3인의 케이스의 상황이다. 인정받지 않으면 어떤가? 가정으로 돌아가면 서열1위의 집사람으로서 기능하는데 밖에서도 그들은 난 너보다......아니다 말을 말아야지. 그들의 콤플렉스와 정념이 모여 벌어지는 이야기의 끝은 그날 하루는 경제력 있게 된 가장 말많은 아주머니의 저녁은 내가 계산할께로 정리가 된다. 


까페가 다시 조용해지고 다시 볼륨을 높여가며 마저 영화를 감상하는 연서를 바라보고 있자니, 고르고 고른 영화가 그닥 만족스럽지 않은 듯했다. 연서와 마찬가지로 연가를 내고 여행을 떠난 절친 채연이게 안부 카톡을 보낸곤 흡연실로 간다. 아니, 카톡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고 스트레칭을 한 후(까페에 장시간 한자세로 있으면 몸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뿌드득 뿌드득 뻐근한 소리가 난다.) 휴대폰도 놔두고 흡연실로 가다니 뭔가 석연치 않은데......싶지만, 흡연실에서 담배한대를 피우고 다시 돌아와서도 카톡에 1이 사라지지 않은 현상에 대해서도 무덤덤해진 표정으로 트위터를 복습하고 영화를 플레이하려는 참인 것만 같다. 


순간 이렇게 빠른시간 안에 1이 사라지고(사실 15분정도의 시간이 흐른 정도이다. 하지만 이건 채연의 답톡 속도의 평균치에 비하면 엄청 빠른, 흠 빛의 속도와 같다.) 답톡이 왔다. 연서는 채연의 답톡에 인생의 희망과 구원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닌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지만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지는 것에 가르쳐주는 대목처럼 그는 그녀에게 이미 길들여져 있다. 그것도 충분히. 채찍질을 하고 밥을 굶기고 조련을 하는 그런 인고의 시간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닌데 채연은 솜씨좋게 연서를 길들였다. 


채연은 어떻게 생긴 사람이길래 그를 길들였던 걸까? 연서의 얘기로는 돼지의 입과 코끼리의 귀와 사슴의 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 이 얘기를 듣고는 채연은 상상 속의 동물 봉황, 주작, 기린처럼 기이하게 생긴 마스크를 갖추고 있는걸까?란 의문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메타포, 비유적으로 그런 표현을 한 것이고, 실제의 얼굴은 참하고 고운 선한 인상이라고 설명을 해주었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무덤덤하게 두근두근 흘러가던 심장이 심쿵심쿵으로 박동수가 빨라져갔다. 여행을 마치고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올라가는 길이라고 답톡이 왔다. 영화보는 중이라고 하자 무슨영화를 보는지 물어왔다. <로건>을 본다고 얘기했다. 명대사는 로라(울버린,로건의 딸):야이약! 야이약!이라고 적었다. 그게 뭐냐고 물었지만 이런 시덥지 않은 말장난은 채연이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걸 깜박하고 언제나 내뱉고야 만다. 하지만 이런 말장난은 연서가 스스로의 무거워짐을 거부하고자 저항하는 차원에서, 한편으로는 길들여짐에서 마지막으로 반항하고자 하는 그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로라의 <야이약!>은 군인들을 죽일 때 외치는 기합같은 것이다. 영화 중반부까지 야이약만 외쳐서 말을 할줄 모르는줄 알았었다. 하지만 로라도 말을 할 줄 알았고 그것도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할 줄 안다는 걸 아는 것은 영화 중반부 이후에 나오는 것이고 로건도 영화 중반부에서나 알게 된다. 채연은 로라가 야이약! 외치는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 부연설명없이 톡으로만 보아서인지 어떤 장면인지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가졌다. <로건>을 보고나서 야이약!의 의미를 알게된다면 채연이 그에게 채찍질은 전혀 하지 않지만 명대사의 의미가 이런거였어? 하고 조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 두려움에 떨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녀도 연서가 보던 <로건>을 보고 싶어하고 같은 영화를 공유하게 되어 화제꺼리를 준비하게 된다는 것 그 자체가 연서에게는 큰 기쁨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채연에게 카톡으로 한건했어!라는 듯 연서의 흐믓한 표정을 보게 되었고 그는 식어가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더 마신다. 아차....... 이미 시간이 이렇게나 흘렀구나 연서의 휴가도 채연의 휴가도 이미 식어 차가운 아메라카노처럼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채연의 버스좌석처럼 둘 다 각각 앉아있지만 영화<로건>이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는 것처럼 휴가는 이렇게 끝나는 것일까? 허무하지만 이제 저녁을 해결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채연도 연서도 비만 오면 들뜨는 그들도 어느덧 비가 그침을 받아들여야 하고  업무로 복귀해야만 한다. 


<연서의 휴가 2편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