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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의 치매어르신들의 웃지못할 이야기-1

by 까르멘 2017. 7. 24.


오늘 쓸 내용은 치매에 관한 내용이다. 치매로 인한 주변인의 애환을 적기보다는 웃지 못 할 해프닝 정도를 스케치하려고 한다.

 

치매의 정도나 유무를 체크하는 도구로 한국형 간이정신상태검사(K-MMSE)라고 있다. 요양원에 입소하신 어르신이 어느정도 주변환경에 익숙해지면 실시하는 검사이다. 치매여부나 그 정도를 판단하는 알기 쉬운 질문들과 사용하기 쉬운 질문들로 구성된 1-2페이지 분량의 체크리스트인데, 지금 있는 곳의 위치나 주소부터 본인의 나이, 이름, 덧셈 뺄셈, 여러 가지 단어를 들려주고 1분 뒤에 기억해 낼 수 있는지 등의 질문이 있는 검사도구이다.

 

치매가 없는 어르신들이나 일반인들에게 이런 체크리스트의 질문을 던지면 <나를 무시합니까?>,<장난합니까?>등의 답이 돌아올 수도 있는 체크리스트이다. 그 정도로 매우 쉽다. 하지만 요양원에서의 어르신들은 치매가 있어서 이 질문지조차 제대로 답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요양원에 박ㅇㅇ어르신이 입소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한동안 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선생님들이나 나를 포함한 그 외 직원들의 애를 먹였던 어르신이었다.

 

한방에 3~4명의 어르신들의 침대가 있고 서랍장(상두대)가 있었는데 상두대 위에 간식거리나 음료가 놓여있거나 했다, 거실은 공동 공간이고 침대가 있는 방은 개인공간이라 다른 방의 사람이 출입하거나 소지품을 만지는 것은 금지하고 있었다. 가끔 치매가 있으셔서 자기방을 못 찾고 다른 방 침대에 가서 잠을 자거나 하면 그 침대의 주인은 요양보호사 선생님이나 실장인 나를 불러서 민원(?)을 제기하고 원래 방으로 돌려보내라고 요구를 하곤 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런데 이 박ㅇㅇ어르신은 먹을 것을 달라는 말 외에는 말이 거의 없으시고 방마다 돌아다니면 상두대의 간식이나 먹거리를 입에 집어넣기가 바빴고 이에 다른 어르신들의 원성을 많이 샀었다. 때로는 먹을 것이 아닌 것인데 어르신들이 미술시간에 지점토로 만든 모형도 입 속에 넣어서 선생님들은 뱉어내게 하느라 애를 먹이기도 하였다.


그런 어르신도 K-MMSE를 간호사가 작성해야 했다.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나 간호사나 사회복지사이자 실장인 나도 그 어르신에게 질문지를 작성하는 데에 있어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그 어르신의 간이정신상태검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비교적 정확해서 의외로 관심의 집중을 받게 되었다.

 

간단한 덧셈과 뺄셈 문제를 정확히 답을 하고 주소지도 답을 하고 이름도 정확히 답을 하고 점점 정확한 답을 하는 그 어르신에게 실시되던 검사는 점점 선생님들의 관심과 집중을 받게 되었고, 다른 어르신들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길고 길게 작성되는 이 글의 하이라이트는 다음과 같다.

 

간호사:여기가 1층이에요? 2층이에요? 3층이에요? 4층이에요? 5층이에요? 6층이에요?(내가 일하던 요양원은 4층에 위치해 있었고 3층과 5층에도 다른 요양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곤 했다. 그리고 문은 비밀번호를 눌러야 열리고 출입을 통제했다. 보호자와 함께 외출이나 외박은 가능했다. 어르신 혼자 밖으로 몰래 나갔다가 길을 헤매어 경찰에 수배를 하고 한동안 소란을 피우던 일도 전에 있었기 때문이다. 문이 열리면 바로 엘리베이터가 있었.)

 

박ㅇㅇ:(단번에)4층.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우와!!! 박ㅇㅇ어르신 대단하다!! 지금까지 답을 다 정확하게 했어!!

 

그러자 지켜보던 다른 여자 어르신-1:여기가 4층이었어? 난 지금까지 1층인 줄 알았어!!

 

어르신-2,3:나도 1층인 줄 알았는데 4층이라네! 몰랐어!(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어 놀란 표정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치매가 있지만 나름 활달하고 사교적인 요양원 생활을 하시는 분들의 반응을 보고 직원들은 폭소를 머금지 못하였다.


<사진은 퍼온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