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있으신 어르신이라고 항상 365일 엉뚱한 사고와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언행을 하다가 가끔 치매라서 그렇구나라고 생각하면 이해되는 언행을 할 때가 있을 뿐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어르신들의 치매끼가 더 심하기도 하다. 요양원에서는 속칭 <날궂이>를 한다고 하기도 한다. 80이 넘으신 여자 어르신이 있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비교적 사교적으로 수다나 잡담을 할 때도 많았다.
그런데 <오빠>에 대한 추억이나 그리움이 많은지 <오빠>네 집을 가야 한다고 보고싶다고 비가 오는 날이면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어르신 <오빠>는 저수지에 빠져서 돌아가신지 오래이다.
하루는 그 어르신이 밥 먹을 때 끼우는 틀니를 간수를 잘 못해서 분실하였다. 그 방 담당 요양보호사 선생님의 불찰인지 그 어르신의 부주의인지 휴지통을 뒤져도 거대한 쓰레기봉투를 다 뒤져도 틀니는 발견되지 않았다. 요양원 전체를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 틀니 때문에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부터해서 실갱이를 했지만 소모적인 언쟁만 계속될 뿐이었다.
게다가 그 어르신은 요양원 원장님의 어머니이기도 하였다. 원장님은 친어머니와 사이가 그닥 좋지는 않았는지 잘 대해주고 챙길 때는 잘 챙기지만 보통은 그 어르신을 대할 때 사정을 두지 않았다.
원장님은 요양원에서 제일 만만한게 실장인 나인지라 원장님의 개인카드로 근처의 틀니를 맞추었었던 곳으로 몇 번 왕래를 하며 틀니를 다시 맞추어 오도록 지시하였다.
지팡이를 짚거나 워커를 사용하여 걸으실 수는 있었지만 빠른 이동을 위해 휠체어에 태우고 옷을 계절에 맞게 입힌 후 치과를 몇 번 드나들었다. 치과에서 대기시간 동안 어르신의 <오빠>에 관한 넋두리를 듣게 되었다. 그 어르신의 추억 속에서 미화되었는지 <오빠>는 근사하고 다정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오빠는 어떠했어...저러했어...> 난 치매가 있는 어르신의 넋두리를 찬찬히 듣다보니 어째 그 <오빠>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째 이상한데?라는 생각을 하며 그 어르신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그 어르신이 나를 바라보며 <오빠는 장가가고 싶지 않아?>라고 물어왔다.
그 어르신의 얘기 속의 <오빠>의 정체는 나였던 것이었다. ㅋㅋ
젊은 트로트 가수 박현빈이 <오빠만 믿어>를 부르며 <애기야 오빠 왔다!> 하면 공연장의 어르신들이 <꺅~오빠~~>하고 환호한다는 얘기가 멀지만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현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어르신들에게 인기가 있긴 있구나라는 걸 느끼며 코믹하게 생각이 들기도 하고 흐믓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하지만 정정할 건 정정해야 하기에 “어르신 전 <오빠>가 아니라 요양원 실장이에요.”라고 했지만 그 어르신은 옛날 시대의 사람인지라 실장이 뭐하는 건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어르신들의 식사시간은 항상 긴박하고도 중요하고도 바쁜 시간이다. 그래서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어르신들 식사 배식을 잘하는지 감독하거나 꼭꼭 씹어서 드시고는 있나 틀니는 하고 드시나 화이바(영양식 베지밀같은 것)를 드시는 몸이 안좋거나 치아가 안좋은 어르신들 잘 살피거나 요양보호사를 돕는 일을 한다.
그때는 어르신들이 <총각 밥한술 뜨고가>, <총각이 참 곱게 생겼네. 항상 밥때가 되거나 하면 방에 들렀다 간단말이야> 그러면 요양보호사선생님이 어르신들에게 총각이 아니고 여기 실장님이에요. 라고 정정해준다. 하지만 치매를 핑계로 하시는 것인지 그렇게 부르고 싶은 건지 정정해드려도 실장이라 안부르고 총각이라거나 치과에 함께 갔던 어르신처럼 어떨 때는 오빠라고 불렀던 적도 있다.
치매가 있어서 그러신다고 이해해야 하는지 옛날 시대를 살던 분들이라 실장이란 말을 몰라서 그러시는지 잘 몰랐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치매가 있긴 하지만 보통때는 사고는 정상적으로 하시는 분들이 치매를 핑계로 총각이나 오빠로 부르는 건지 알도리가 없다.
<사진은 퍼온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