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엔진을 움직이는 마음>
정치적인 의미로서의 진보와 보수의 의미가 아닌 개인의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자 한다.
근래와 현재의 일상의 흐름과 큰 틀과 패러다임 가치관을 유지하고 변화의 속도는 그 때 그때 사안에 따라 조금씩 유지하거나 잔고장을 고쳐나가는 것이 보수라면 진보는 누적된 적폐가 커서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현실의 삶을 운용해나가는 것에 있어 어려움이 있고 틈만나면 잔고장 정도가 아니라 덜컥덜컥 큰 고장이 나서 엔진을 바꿔야하는 것이 옳다라고 주장하는 노선이 진보일 것이다.
정치적인 의미로서의 진보 보수의 논쟁은 위에서 설명한 근원적인 의미의 진보 보수가 아닌 자칭 보수의 언행을 공격하면 자칭 보수는 공격한 사람을 진보라고 규정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논객들이 하는 얘기를 보다보면 철학적 의미에 있어 진보와 보수의 근원에 대한 생각은 모조리 잊어버리고 단순 편가르기를 위해 논쟁과 흙탕물 싸움의 편의를 위해 소위 진영논리를 위해 정치권과 언론에서 진보와 보수의 의미를 왜곡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 이야기를 서두에 하는 이유는 필자가 진보와 보수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이다. 사람들에게 이해가 쉬우면서도 널리 쓰이는 용어 중 그 두 용어 외에는 다른 용어가 잘 생각이 나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오해를 피하고자 사전에 용어에 대해 언급하고 이제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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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무렵이었다. 엔진이 고장났던 때였다. 예전에 타던 차는 아무리 심폐소생술을 해도 쓸모없는 심장을 가진 엔진이었고 폐차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어떤 엔진이 좋은지 어떤 엔진이 쓰던 차와 호환이 되는지도 아는 바가 전무했다. 엔진에 대한 매뉴얼을 듣고 싶고 조언을 구해보고자 했지만 그들은 러시아말로 설명을 하기도하고 일본어로 중국어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고 그들의 언어는 내가 해독할 수가 없었다.
아니지, 그들은 내가 속한 세상의 언어 한국어로 말했으나 난 그들의 한국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엔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익히고 어떤 엔진이 나에게 맞는지 탐구하려면 걸음마를 떼는 아기처럼 한국어를 다시 익혀야하는 상황처럼 느껴졌다. 엔진에 대한 지식을 얻기까지 우선 한국어부터 익히고 익힌 다음에는 엔진을 구매할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 날이 오기까지는 걸어서 다녀야했다.
다행히 내 발에는 내성발톱은 생기지 않아 오래 걸어도 무리가 가지는 않았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여정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한국어를 가르쳐 주었다. 또래이기도 했고 어린아이이기도 했고 사춘기 소년소녀이기도 했다. 연배가 많은 사람이기도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호의를 가진이도 악의를 가진이도 비뚤어진 시선이나 사랑을 지닌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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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이봐 꼭 한국어를 배워야겠어? 요즘 트렌드는 원서로 공부하는 거라고>
나:<난 가진거라곤 몸뚱아리 뿐이고 비용이 싸게 먹히는 게 그나마 내가 있는 한국 사람이 쓰는 말이에요.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B:<A랑 얘기하는 거 보니까 한국어 띄엄띄엄 할 줄은 아는가본데 알면서 뭘 더 배우겠다는 거야?>
나:<책으로 배운 한국어로는 사람의 인간의 마음이 담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요>
C:<그럼 마음을 표현만 하면 되는게 아냐? 뭘 그리 어렵게 생각해?>
나:<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책속의 이야기를 기계처럼 재해석할 따름이었죠. 말을 배우려면 정말로 알찬 말을 하려면 내안에 존재하지 않던 마음과 영혼과 방향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D:<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담. 참내.>
나:<저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소위 어른들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들을 반성없이 흡수만 했더니 지금 제 엔진은 고장이 났어요. 단순히 청소하고 기름칠하는 것으로는 안되요. 그리고 전 엔진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지만 나만의 엔진을 기틀부터 설계부터 다시해서 최고의 명품엔진을 머리가 아둔하고 모자란 장인이 만드는 것처럼 만들고 싶어졌거든요.>
E,F,G,H등등:<내가 멘토역할을 해봐서 아는데, 사회생활을 곧잘해봐서 아는데...이런 방향이 좋은거야, 아냐 저런 방향..블라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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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내안에 어떤 마음이 싹트기 바라는지 그들은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를 나에게 투영하기 시작했고, 요령으로만 가득한 사회생활, 사교술, 돈벌이, 스펙쌓기, 육체적탐닉을 최종목표로 하고 과시하려는 용도로 활용하려는 이성교제의 방법, 갖은 예능등을 익히길 바랬다. 처음 그런 것들을 접했을 때는 신기하고 새로웠지만 곧 흥미를 잃었다. 그것들은 전에 쓰던 엔진이 망가지게 된 주된 원인이었음을 깨닫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아직도 내 엔진의 설계도면조차 구상되지 않았던 시기의 나를 보고 판타지에서나 나오는 마술로 움직이는 터무니없는 엔진을 꿈꾸기라도 하는거냐고 비아냥거리고 조롱하였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움직이는 엔진이란 한국에서 만들기에는 한계라도 있는 걸까? 란 회의도 들었지만 난 자금이 없었고, 이만큼이나마 나에게 멘토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따름이었다. 잘못된 엔진이라고 깨닫게 해주는 동력. 시행착오들이었다.
다양한 시행착오적 관례들을 학습하고 수행하자 난 반면교사가 되어있었고, 그에 대한 정직한 비판들은 나를 책에서 글로 배우는 세상이 아닌 인간과 사회 속에서 겪게 된 언어를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능숙하지는 못하지만 익히게 하였다. 그리고 마음이란 가치관이란 세계관이란 엔진을 설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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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네가 원하던 마음이 어떤건지 이제 찾았는가? 너가 원하는게 대체 뭐였던 건가?>
나:<온갖 주변 사람들이 나의 취향이나 취미, 일상에 대해 닦달하듯 궁금해하는 바람에 시행착오를 거치며 탐구 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어설프지만 나의 언어로 나의 엔진의 구동원리나 모양새, 기능에 대해 설명하고 진척상황을 말해주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다:<혼자 힘으로 한 것만은 아니었군.>
나:<내가 정립되지 못하고 비뚤었기에 그들의 사랑도 비뚤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초가 정립되어가져서 나를 제대로 사랑해주는 법을 즉 매뉴얼이 형성이 된지도 몰라요. 내 엔진은 세상 사람들과의 아등바등으로 공동연구가 되었죠. 공동연구의 최종 책임자는 나이긴 하지만>
라:<그럼 저작권료로 때부자 된거 아네요? 얼마 벌었어요?>
나:<엔진이 모양새를 갖추어 베타버전 테스트 버전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쓰일 때 그 매뉴얼은 이미 만들어져있기도 했던 때도 있죠. 그리고 카피레프트 정신에 입각하고 싶지는 않고 나도 저작권에 대해 주장하고 수입도 얻길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여지없이 깨지고 저항할 틈도 없이 설계도면은 만인에게 공유되었죠.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답니다.>
마:<뜬금없는 말이긴 한데, 이 얘기 앞에서 진보 보수 얘기가 나왔는데 당신은 진보요 보수요?>
나:<나 개인의 삶의 방향에 있어, 스무살 때는 엔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해서 진보 서른일곱인 지금은 베타버전이긴하지만 엔진이 기능을 하고 유지하려고 하니 보수랍니다. 답이 되었나요?>
바:<한가지 더 묻고 싶은게 있는데, 그 엔진의 실체를 볼 수 있을까요? 눈으로 보거나 만질수 있는 건가요? 그리고 공동연구자들의 리스트를 볼 수 있을까요?>
나:<후훗, 나도 그러고 싶은데 그것들은 모두 판타지적 세계에 속한 것들이랍니다. 신화 속의 이야기처럼 구전된 전설처럼 전승될 수는 있겠지만 아무도 실증적으로 이야기의 근거를 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위사진 다섯장은 모두 퍼온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