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영역
기존의 삶의 영역을 유지하고 울타리 안에서 생활과 일상을 영위하는 것은 익숙해진다면 포근하고 안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날그날의 싸이클 속에서 길들여진 삶 말이다. 하지만 기존 삶의 영역을 벗어난 삶 또한 그 나름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울타리 밖의 풍경들을 바라볼 때 호기심과 두려움이라는 상반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울타리 밖으로 나가면 혹시나 늑대를 만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온순한 양이 될 수도 있고, 먹을 것이 없더라도 호기심이 가득해져 울타리 밖으로 나가 탐험을 하길 바라는 철없는 양치기 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다 양치기 개가 울타리 안으로 길을 잃지 않고 돌아온다면 울타리 안에만 있던 양과는 달리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어, 양이 실수로 길을 잃어버렸을 때 그 양을 찾아올 수 있는 식견을 가질 수도 있는 더 멋진 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울타리 밖의 알지 못하던 미지의 세계에 관한 것으로 기독교(30에 세례를 받고 지금은 천주교 신자이다.), 일본어(20대후반에 1년6개월가량 기초문법과 회화수업을 받았었다.), 회사생활과 교사라는 직업의 세계(몇몇 직장을 전전하며 회사생활의 생리에 대해 그리고 교사라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 지금은 눈치채는 정도이다.), 학계와 예술인의 세계(다니던 직장 중 한 직장이 대학의 연구사업의 지원에 관한 것이라 대학원생과 박사이신 연구교수님들과 교류를 하게 되었고, 사진과 글에 관한 것도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이정도가 될 것이고 내가 속해 있던 영역 밖의 것들을 조금은 접해보고 맛배기로 아는 정도가 되자 호기심은 어느정도 충족이 된 것만 같다. 그리고 처음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때에 느끼던 긴장감과 두려움, 잘할 수 있을까?하는 초조함들은 이제는 위 분야들에 있어서는 초짜는 아니게 되어서인지 적게 느낀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추구했던 것들을 어느정도 익히게 되었는데, 아직도 나에게 있어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운전>이다. 사실 면허는 스무살 때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1종보통으로 취득을 하였다. 도로주행도 합격을 하였었고, 그때 포터라는 작은 트럭으로 수동기어로 작동하는 차로 연수를 받았었다. 하지만 그 때 이후로 운전대를 잡아본 적이 없고, 하도 오래된 도로연수시절이라 지금은 차를 못 몬다.
버스도 많이 타보고 주변분들의 승용차나 택시도 많이 타보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모는 것이 아니라 조수석이나 뒷좌석에서 곁눈질로 신비의 대상을 보는 것처럼 운전하는 사람을 볼 뿐이었다. 네비게이션의 안내나 고속도로를 지날 때의 하이패스라든가 차선끼어들기, 유턴, 대리운전부르기, 주차와 주차요금정산 등은 아직도 나에겐 신비의 세계다.
사실 내가 사는 빌라는 주차공간이 4대밖에 주차 할 수가 없어 차를 구매하더라도 주차공간이 애매하고, 서울은 대중교통이 훨씬 편리하다고들도 해서 차를 꼭 구매해야하나?라는 생각도 들지만 미지의 세계 이 <운전>의 세계에 한발 들이고 싶고, 해야만 할 숙제와도 같이 느껴진다. 어른의 상징인 것만 같다는 생각도 조금 들기도 했다. 가는 길이 비슷하다면 누군가 동행을 태워 목적지까지 이동을 도와주고 양치기 개처럼 자신의 일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다. 네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교외로 나가 드라이브를 하는 것도 차를 구입하여 운전을 하게 되면 한동안은 나를 들뜨게 만들 것만 같다.
내년엔 중고로 차를 구입하겠다는 말을 틈틈이 하고 있는데, 운전이란 것을 시작해볼까라는 생각만 해도, 지금까지 미지의 세계에 한 발 들일 때 느끼던 감정인 설레임과 호기심과 두려움과 기타등등들이 내 심장을 둘러싼다. 과연 내가 내년에는 차량을 구매할 수는 있을지, 운전에 익숙해져서 초보운전 딱지는 언제쯤 뗄 수 있을지 마냥 싱숭생숭하기만 하다.
(사진은 대구의 백화점 앞에서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