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 관한 기억을 소환하면서...<묘령의여인, 아스피린>편
오늘은 인터넷음악방송에서 알게 되어 나를 블로거가 되도록 해준 <묘령의 여인>에 대해 써볼까 한다.
자주가던 세이클럽이라는 채팅사이트에서는 음악방송을 할 수 있도록 그러한 환경도 갖추고 있었는데 2003년~2004년정도의 당시만 해도 채팅사이트는 조건만남의 온상이거나 하지는 않는 비교적 건전한 곳이라고 기억한다. 보통 처음 접하게 되는 사람들과 말장난을 하거나 영화퀴즈방이나 잡학퀴즈방이 개설되어 채팅에 몰입하거나 이 외에도 동아리성격의 클럽이 운영되곤 하였다. 때로는 하루하루를 생활해가며 속상하거나 울적한 일이 있지만 오프에서 속시원히 얘기하지 못할 경우 운이 좋으면 처음 만나는 채팅사이트의 사람들에게 익명성을 띄고 하소연을 하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CJ라고 불리는 사람이 음악방송방을 개설하여 자신의 컴퓨터 안에 소장한 mp3파일을 라디오 음악방송을 하듯 음악과 음악사이에 멘트를 하며 신청곡도 받으며 진행이 되기도 하였는데 <한국락+한국인디>라는 음악방송방 제목을 달고 여러명의 cj가 음악방송을 하는 곳에서 주로 활동하던 <묘령의 여인>이란 사람이 있었다.
<묘령의 여인>은 그 음악방송 정모때 실물을 한번 보았을 뿐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남을 이어가거나 하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다만 여러 청취자가 있던 채팅방에서 가끔 이야기를 나누거나 메신저를 통해 가끔 메시지나 신청곡을 주고받기도 하며 주로 온라인상에서만 이따금 교류를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음악방송방의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로 해달라며 나에게 메신저로 블로그 주소를 하나 보내주었다. <마이엠>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포털싸이트로 가수 김C가 티비광고를 하기도 한 싸이트였다. 나에게 블로그라는 당시의 신세계를 알게 해주었던 그녀는 <아스피린>이란 닉네임을 가지고 활동을 하였다.
본인이 찍은 사진인지 퍼온 사진인지 선물 받은 건지는 알 수 없는 감성적인 사진과 자신이 쓴 짧은 이야기를 분위기 있게 디자인하여 포스팅을 하여 cj로 활동하던 당시 인기가 많았던 것처럼 블로그에서도 많은 댓글을 받고 이따금 투데이 블로거에 선정되기도 하던 그녀의 블로그는 때로는 질투심이 생기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에 자극을 받은 나도 어설프지만 마이엠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포스팅을 하였다. 나도 몇 달 뒤에는 투데이 블로거에도 선정이 되어 수백의 방문객 홍수를 맞이하기도 하였지만 아쉽게도 <마이엠>은 비운의 사이트라 곧 폐쇄되었고 다른 블로그 싸이트를 찾아 이사를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몇몇 사이트를 전전하다 지금은 <다음>의 블로그에 정착을 하고 있다.
그녀의 담백함과 절제된 처신으로 생긴 신비함과 포스팅으로 표현된 감성들은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그런 유형의 사람에게 남자든 여자든 항상은 아니지만 끌려왔던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제는 그런 유형의 사람에게만 끌리는 것은 아니라 나도 좀 변한 것만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나의 첫블로그 포스팅을 하게 만든 <묘령의 여인>,<아스피린>그녀는 지금은 온라인상의 어디에 있을지 궁금할 뿐이다.
(사진은 퍼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