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1
12월31일 일요일 절친과 조촐한 송년회를 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빌려준 책들을 반납받기 위해 망원동에서 보기로 하였다. 원래는 집에서 각자 점심을 먹고 1시경에 보기로 했는데 변덕이 심한 나의 절친은 오전에 전화해서 도서관에 들러야 해서 4시 반경에 보기로 시간을 변경하였다. 참고로 나의 절친은 다운받아놓은 영화를 보다가 도서관에 들를 때를 놓쳤고 반납할 책을 챙기다가 약속시간에도 어김없이 지각을 하고야 말았다.
절친과의 약속에서 지각은 늘상 있는 일이라 난 제시간에 망원역에 도착해서 추위에 떨며 20분정도 더 기다렸던 것 같다. 낮에만 해도 그리 안추웠어서 얼마전에 장만한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갔는데 멋내다 얼어죽겠다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고 이제 막 거의 나아가는 감기가 다시 도지는 것은 아닌가 염려될 정도였다. 하지만 온갖 투정들은 절친의 얼굴을 보자 눈녹듯이 사그라졌다.
서둘러 간판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던 망원동의 한 피자 맛집을 검색해서 갔고 짭쪼름한 맛의 스파게티와 피자를 주문하고 맥주를 시켰다. 1월2일 화요일이 되어야 작성하게 될 무기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가져온 DSLR로 사진을 남겼지만 오늘은 이 카메라는 역할을 별로 하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가져왔지만 끊이지 않는 일상의 대화들로 카메라가 나설 틈을 주지 않았었다. 절친과 얘기하며 나의 시선은 절친의 자연산 긴 속눈썹에 고정이 되었고 새해계획에 대해 화제가 넘어가고 있었다. 나를 응원할 만한 나 자신의 자질에 관한 근거도 부족했던 시절부터 지금은 조금씩 근거가 생겨나가고 있는 근래까지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나의 절친.
맥주를 다 마시고 망원시장에서 감자고로케도 사먹고 홍어무침 시식도 하고 나는 반찬거리도 샀다. 그리고 길가다가 눈에 들어온 까페에 가서 라떼를 시켰으나 조명이 어두워 절친은 눈이 아프다고 했다. 다음에는 내가 몇 번 들러본 까페로 가기로 하고 우린 어플로 무료 신년운세를 봤다. 제법 잘 맞는데? 호오.. 이건 아닌데..하며 즐겁게 운세를 봤다. 그리고 서로 신년의 계획을 두런두런 나누었다.
절친은 여행도 가고 블로그도 하고 책도 보고 돈도 모으고... 등등. 난 요리도 배우고 글도 쓰고 책도 보고 일도 더 잘하고...등등.
라떼를 다 마시고 얼마전 작가와의 대화의 주인공인 김민섭이 쓴 책 중에 한강문고가 소개되어 나온다길래 그리고 마침 그 근처라 서점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였다. 절친이 책 한권을 사준다길래 난 임경선의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백종원의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메뉴>씨리즈를 봤다. 고심 끝에 그리고 두권은 안된다는 말에 어렵게 백종원의 책 1권을 득템하였다.
추운 겨울이라 종로에 가서 보신각종소리를 듣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집으로 가는 길에 오늘의 일을 글로 쓰라는 절친의 얘기로 이 일기를 쓰고 있다. 2017년에는 블로그에 24개의 글을 올렸는데 절친은 2018년에는 더 많이 쓰게 될거라고 기운을 복돋아 주었다, 과연 그렇게 될지는 의문이지만 좀더 의지를 불태워보려고 한다. 2018년 파이팅!!
(사진은 퍼온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