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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1권을 읽고 발췌 정리하며

by 까르멘 2018. 3. 18.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파리 리뷰>라는 잡지에 실린 소설가들의 인터뷰들 중 인기작가들 편을 모아서

번역하여 출판한 <작가란 무엇인가>1,2,3권 씨리즈 중 1권을 읽고 인상깊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췌하였습니다.



20180318

작가란 무엇인가1



움베르트 에코 X 라일라 아잠 잔가네


32페이지


라일라 아잠 잔가네:

<푸코의 진자>에서 “상징이 더 알기 어렵고 애매할수록 의미와 힘을 얻는다.”고 말씀하셨죠.


움베르트 에코:

비밀은 내용이 없이 텅 비어 있을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답니다. 사람들은 ‘프리메이슨의 비밀’에 대해서 자주 얘기하지요. 도대체 ‘프리메이슨의 비밀’이 뭡니까? 아무도 모르지요. 그것이 텅 비어 있을 때 온갖 가능한 개념으로 그것을 채울 수 있고, 그러면 그 비밀은 힘을 갖게 되지요.



오르한 파묵 X 앙헬 귀리아-퀸타나


76페이지


앙헬 귀리아-퀸타나:

글을 쓰는 도중에 누군가에게 글을 읽어주시나요?


오르한 파묵:

함께 사는 사람에게 언제나 작품을 읽어줍니다. 그 사람이 “좀 더 보여주세요. 오늘 쓴 글을 보여주세요.”라고 말하면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 들지요. 이런 일은 필요한 압력을 줄 뿐만 아니라, 마치 어머니나 아버지가 등을 두드려주며 “잘했어.”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요. 때로는 그 사람이 “미안하지만 이해가 잘 안돼요.”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그것도 괜찮습니다. 저는 이런 의식을 좋아하거든요.

저는 언제나 제 롤모델인 토마스 만을 생각합니다. 그는 전 가족, 즉 여섯 명의 아이와 아내를 불러 모았지요. 그리고 모여 있는 가족들에게 글을 읽어주었습니다. 그런 게 마음에 들어요. 아버지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말이에요.



무라카미 하루키 X 존 레이


114페이지


존 레이:

그 두 가지 요소들-즉, 직설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내러티브의 어조와 종종 이해하기 어려운 플롯의 결합-은 의식적인 선택인가요?


무라카미 하루키:

아닙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저는 아무런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아요. 이야기가 전개되길 기다립니다.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이야기가 될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냥 기다리지요. 리얼리즘 스타일로 쓰려고 작정한 <노르웨이의 숲>만이 예외랍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의도적으로 정하지는 않습니다.


존 레이:

하지만 어떤 어조로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가, 가령 감정이 안 들어간 쉬운 어조로 쓸 것인가 하는 점 등을 선택하시나요?


무라카미 하루키:

어떤 이미지가 생각나면 하나하나 연결해봅니다. 그게 이야기 줄거리가 되지요. 그러고 나서 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설명해줍니다. 뭔가 설명할 때는 아주 친절하게 해야 돼요. 만일 작가가 ‘괜찮을 거야. 나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독자들도 알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아주 오만한 거예요. 쉬운 언어와 훌륭한 은유, 좋은 알레고리를 사용해야 하지요. 그게 제가 하는 겁니다. 저는 아주 주의 깊고 분명하게 설명하거든요.


129페이지


존 레이:

뭔가 잃어버린 게 있어야 탐정이 등장하겠지요.


무라카미 하루키:

맞습니다. 제 주인공이 뭔가를 잃어서 그리워할 때는 그는 그걸 찾아다녀요. 오디세우스처럼요. 이런 탐색의 과정에서 아주 이상한 일을 겪지요.


존 레이:

집으로 귀환하는 과정에서요.


무라카미 하루키:

이런 경험을 뚫고 살아남아야 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찾는 것을 발견하지요. 하지만 그것이 자기가 찾던 바로 그것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어요. 저는 이점이야말로 제 책의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주제의 기원은 뭘까요?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 주제는 저와 잘 들어맞아요. 그 주제가 제 이야기들의 추동력입니다. 잃어버리고 찾아다니고, 발견하기. 그러고 나면 세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인 실망이 기다리고 있지요.


존 레이:

그때의 실망은 일종의 성인식으로 봐도 되나요?


무라카미 하루키:

맞습니다. 경험 자체가 의미로 충만하지요. 주인공들은 경험하면서 변화하는 거에요. 그게 중요하답니다. 그가 뭘 발견했는지가 아니라, 그가 어떻게 변화했는가 하는 점이요.



폴 오스터 X 마이클 우드


159페이지


마이클 우드:

조이스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나요?


폴 오스터:

잠시 동안 그랬지요. 그렇지만 저는 늘 제가 읽고 있는 작품을 쓴 소설가처럼 글을 써보려고 했기 때문에 매번 달랐지요. 어릴 때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이 영향을 끼치지요. 그래서 몇 달에 한 번씩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마치 새 모자를 써보는 것과 똑같아요. 아직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있지 않아서 좋아하는 작가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내게 되지요.


마이클 우드:

지난 수년 동안 당신의 작품에 영향을 미친 작가들로 세르반테스, 디킨스, 카프카와 베게트, 몽테뉴도 언급하셨지요.


폴 오스터:

그들 모두 제 안에 내면화되었어요. 수십 명의 작가가 내면화되었지만, 제 작품이 다른 작가의 작품처럼 들리거나 느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그들의 작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의 작품을 쓰기 때문이지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X 피터 H. 스톤


374페이지


피터 H. 스톤:

인공 자극물은 어떤가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자신에게 글쓰기란 권투와 같다고 한 헤밍웨이의 글이 제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건강을 잘 돌보았지요. 포크너는 술주정뱅이라는 악명을 갖고 있었지만, 인터뷰 때마다 술을 마시면 한 줄도 쓸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헤밍웨이도 그렇게 말했습니다. 어떤 악질적인 독자는 제가 작품을 쓸 때 마약을 하지 않았는지 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은 그들이 문학이나 마약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작가는 글을 쓰는 매 순간 절대적으로 제정신이어야 하며 건강해야 합니다. 저는 글 쓰는 행위는 희생이며, 경제적 상황이나 감정적 상태가 나쁘면 나쁠수록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낭만적인 개념의 글쓰기에 강력하게 반대합니다. 작가는 감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주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문학작품 창작은 좋은 건강 상태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며,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 작가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생을 사랑한 사람들입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X 조지 플림턴


414페이지


조지 플림턴:

글쓰기 기법에 대해 질문하려니 정말로 곤혹스럽네요.


어니스트 헤밍웨이:

분별 있는 질문은 기쁨을 주지도 곤혹스럽게 하지도 않지요. 그렇지만 작가 자신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부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은 눈으로 읽히길 바라는 것이지, 어떤 설명이나 논문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독자들이 처음 책을 읽을 때 그들이 읽어낸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책에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설명하거나, 작품에서 보다 어려운 부분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안내하는 것은 작가의 일이 아닙니다. 



윌리엄 포크너 X 진 스타인


446페이지


진 스타인:

말씀하신 기준에 이르기 위해 어떤 기법을 사용하시나요?


윌리엄 포크너:

작가가 기법에 관심을 가진다면 그는 수술이나 벽돌쌓기를 해야겠지요. 글을 완성하는 데에는 어떤 기계적인 방법도 없으며 지름길도 없습니다. 이론을 쫓아 글을 쓰는 젊은 작가는 바보라고 해야겠지요.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통해 스스로 배우도록 하세요. 사람들은 실수로만 배웁니다. 훌륭한 예술가는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충고할 수 있을 만큼 훌륭하다고 믿지 않습니다. 그는 최고의 허영심을 갖고 있지요. 옛 작가를 존경하더라도, 그는 그 작가보다 더 잘 쓰기를 바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