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경신의 이야기여행
최철훈/8주차/월요일
난 분양받아 길러지고 있는 물건으로 보통 나를 카메라라고 부른다. 나의 주인은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나를 두손으로 꼭 쥐고 메모리칩에 있는 예전 사진을 돌이켜보는데, 사실 매일같이 정성을 쏟는 그런 열성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꾸준히 나를 보살피는 나의 주인이란 존재는 카메라인 내가 잊을만하면 찾아주는 반가운 존재다. 예전엔 중고로 두 대, 신품으로 한 대 총 세대의 카메라를 거친후 나를 영접했다는데, 첫사랑만큼은 못되겠지만 나의 주인은 나를 그윽히 바라보면서 <역시 너가 제일이야> 라고 가끔 속삭인다.
처음엔 나의 주인은 너무 외롭고 고독해서 첫사랑을 만나 애지중지 어울렸다고 한다. 주인은 주인이 본 사람들과 거리, 자연풍광등을 설명하다보면 <그런게 어디 있담>하고 혀를 끌끌 차는 사람들이 많고 부연설명이 너무 힘들어서 첫사랑을 분양받았다고 한다.
사실 나의 주인은 말주변이 너무 부족하고 설득력도 부족하다. 그래서 고심하다가 카메라에 관심이 갔다고 한다. 주인이 바라본 세상, 주인이 바라보고 싶은 세상은 무엇이었을까? 주인이 주변사람들에게 말 대신 사진이란 증거물로 보여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예전에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회상하는 주인을 보면 쓸쓸하고 외롭고 낙오된 사람들을 찍으려고 했던 것 같다. 풍경을 찍더라도 아무리 이쁜 꽃을 찍어도 초기에는 흑백필름으로만 찍었어서,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다.
지금에는 조카들 식구들 그 외 직장이나 모임에서 행사 때 밝게 웃는 모습들을 찍는 모습만을 바라본 나는 그런 것들이 상상도 안가지만 나의 주인이 더 이상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나로서는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따로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솜씨는 늘어만 가는 것 같고 나를 잘 활용해주는 주인을 만나 나또한 보람을 느낀다.
<예전에 쓰던 카메라에 대해 얘기좀 해줘요>라고 조르면 나의 주인은 카메라의 고무부분이 닳아버린 카메라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런 것을 보면 괜히 질투가 나기도 한다. <그렇게 애지중지 함께 고독한 세월을 뒹굴었구나>라는...... <난 아직 닳지도 않고 A/S도 한번밖에 안 받아 봤는데......>
<아니야. 난 좀더 닳지 않고 건강하게 주인과 함께 할 거야.>
<주인이 본 세상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변모하고 달라져가는 것만 같지만, 그리고 희망을 꿈꾸는 것보다 절망을 계획하는 것이 훨씬 더 쉽지만, 그렇다고 절망을 계획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며 동반자가 되어줄 거야.>
<그의 눈이 되어 주변을 소중하게 담아주도록 할 거야. 주인의 주변사람들이 주인이 본 세상을 알 수 있도록 증거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