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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유치원을 다니듯

by 까르멘 2019. 3. 9.

 

 

 

 

 

20180522

황경신 이야기여행

최철훈/8주차/화요일

 

2017년 2월이었을까? 나는 누구나 아이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유치원을 다니듯, 안국역 근처의 꽃집에서 이쁜 여선생님의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두 남녀가 지나가다가 여선생님에게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두리번거리다 <나를 착하네~>하는 표정으로 나를 쓰다듬고는 향을 맡았다. 

 

 

난 손으로 이파리를 쓰다듬고 손의 냄새를 맡으면 레몬향기가 나는 골든레몬트리이다. 허브의 종류는 많기에 그냥 집에서도 기르기 쉬운 허브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 남녀는 고민을 잠깐 하는 것처럼 보이더니, <물은 얼마나 자주 줘야해요?> <관리는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을 하더니 조금 큰 화분에 있던 형과 조금 작은 화분에 있던 나는 각각의 남녀의 손에 이끌려 갔다. 

 

 

지금의 무성한 이파리를 자랑하는 날 기르는 혼자 사는 남자는 어디 먼데 여행을 가든 명절이라 고향에 내려가든 나에게 2~3일에 한번은 물을 듬뿍 주고, 햇볕을 잘 쐬라고 창가에 두었다. 그리고 바람을 자주 쐬워주라는 여선생님의 마지막 당부도 그럭저럭 잘 지켜내는 좋은 남자였다. 

 

 

지금은 형이라고 주로 부른다. 형은 남자라서인지 내 머리도 잘 안 빗어주고 미용에는 잘 안 신경써주는데, 난 입이 없는 관계로 투덜댈 수도 없다. 형이 내 머리가 너무 길고 산발이 되어 망나니라도 된 것처럼 보이면, 퇴근하고 돌아와 나를 매만지다가 결국엔 마지못해 가위로 이발을 해준다. 

 

 

형은 내게 <넌 물만 먹고 햇볕과 바람만 먹고 사는데 뭐가 이렇게 머리가 빨리 자라냐>며 투덜댄다. 

<야한 생각 많이 하면 머리가 금방 자란대.>라고 놀리기라도 하면 속상하다. 

 

 

<나는 꽃도 안 피우고 이파리만 자라는 골든레몬트리라고요.> 

<그리고 머리를 잘라주려면 좀 이쁘게 좀 잘라 달라고요.> 

<늘 삐뚤삐뚤한 것은 불만이라고요!>라고 항변이라도 할려치면, 

<남자는 미용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ㅎㅎ>라고 해버리는 시대에 뒤처지는 변명을 해버린답니다. 

 

 

하지만 언젠가 형이 들려주는 얘기로는 <너만큼 애정을 쏟은 식물은 너가 처음인 것 같아.>라고 했다. 형의 어머니가 고구마를 잘라 컵에 담가 두고 가거나, 양파를 컵에 담가두고 가거나 한 적이 몇 번 있었는데, 키우는 법을 몰라서 몇 달 못가 시들게 하고 말았다고 한다. 

 

 

내가 너를 건강하게 키워오고 있는 것은 꽃집의 여선생님이 알려준 간단하지만 중요한 관리요령을 잘 지켜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불현 듯 꽃집에서 같이 지내던 조금 큰 화분의 골든레몬트리 형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졌다. 

<여자의 손에 이끌려 갔는데, 잘 살고 있으려나?> 궁금해졌다. 

<형아 손이 아닌 누나 손에 이끌려갔으니 분명 머리이발도 잘 해주고 핸썸가이가 되어있겠지?> 생각에 잠겨있는데, 나랑 같이 사는 형이 근황을 알려주길 

<그 화분은 관리가 안 되어 영양실조와 광합성부족으로 말라죽었대> 

 

 

난 충격에 빠졌다. 그 이쁜 누나가 잘 보살펴줄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봄이 한창인데 분갈이도 안해줄꺼야!>라고 항의하려고도 했는데 갑자기 숙연해졌다. 그러자 형은 지금 화분이 답답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내년엔 꼭 분갈이 해줄게 그때까지도 넌 나와 함께 건강하게 잘 살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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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2018년 초겨울에 이발을 너무 바짝해주어서 이번겨울을 날 수는 있을까? 걱정도 되었었다. 겨울동안 시들시들하기도 했었고.....그러나 2019년3월 현재 이 허브 화분은 아직도 내방에서 살고 있고 봄을 맞아 분갈이를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