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16 눈물
요즘에는 부쩍 눈물이 많아졌다. 스마트폰을 오래보거나 모니터를 오래보거나 책을 오래보거나 하면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읽거나 감상하고 있는 컨텐츠의 내용이 감동적이거나 슬퍼서는 절대 아니고 눈이 쉬이 피로해지고 건조해져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것만 같다.
이러한 눈물이 아니라 정말 감정이 복받쳐서, 슬프거나 감동하여서 흘리는 눈물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내가 흘렸던 눈물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 기억을 더듬어 찬찬히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략한 맥락이라도 정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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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을 살다보니 눈물을 흘린 적은 있다. 하지만 눈물이 헤픈 사람은 아니었다. 나란 사람은 눈물이란 것이 메마른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임팩트 있던 눈물은 몇 년 전 밤늦은 시간이었다. 그때도 절친 지금도 절친으로 지내는 나의 소중한 절친에게 정식으로 남자친구가 되길 청하는 전화통화를 하는 중이었다.
그녀는 심드렁하게 <그럼 그렇게 해주지 뭐>. 하는 뉘앙스의 말을 하였다. 그 목소리에서 별일 아니라는 듯 감정의 무게가 없는 말을 듣고, 나 혼자만 절친에 대한 감정이 앞서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런 식이라면 연인관계로 언어로 합의가 되어도 그녀와 나의 온도차는 분명한 긴장감 없는 관계가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야, 됐다>라는 내용의 말 몇마디를 전하고 통화는 종료되었고, 온도차가 있더라도 수년째 관계에 대해 합의 없이 지내던 시절보다는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면 훨씬 낫지 않는가하는 후회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아니야 됐다>라는 허세는 대체 왜 부린걸까 자존심 따위가 뭐라고.
마침 성당에서 행사 후 남은 소주 몇 병을 집에다 쟁여두고 있었는데, 소주를 한병을 콸콸 마시면서 팔푼이처럼 눈물 콧물을 흘리며 소리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 핸드폰을 열고 연락처를 뒤져보는데, 이런 초라한 모습을 주변 동생들이나 형님들이 알게 하는 것은 차마 못하겠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어머니는 전화를 받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나는 흐느끼고 말았고, 긴 얘기는 하지 않고 다만 <사는게 힘들어요>라고 얘기했다. 어머니는 <고향으로 내려와라 타지에서 힘들게 고생하지 말고>라는 내용의 간단한 얘기를 하였다.
어머니는 내가 힘든 기색이 보이면 <강릉에 내려와라>는 말을 가끔 하곤 하였었다. 가끔 어머니의 말에 강릉에 며칠 내려갈 때도 있었으나 보통은 그 말만으로도 기운을 얻고 강릉에 내려가지 않고 서울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사회생활을 하며 주변의 복잡한 관계들을 타개해 나가곤 하였다.
또한 경험상 강릉에 내려간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며, 부모님에게 있어서는 이해하기 어렵거나, 공유되지 않아 설명이 어려운 일들로 내가 힘들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다만 강릉에 내려가면 좋은 점은 맛있는 집밥을 먹는 것이고, 그 후 스스로 기운을 차려 해결책은 스스로 만들어 제조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번 어머니와의 통화에서 말 그대로 엉엉 우는 모습을 보이고 말았고 어머니에게 괜한 걱정을 끼친 것만 같아 후회가 되기도 하였었다. 부모님 앞에서 우는 나는 영락없이 약해빠진 아이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어머니와 통화를 마치고 나머지 울음을 마져 다 울고나자, 소주 한병을 단숨에 들이킨 내가 이렇게 주량이 쎘었던가 하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제풀에 지쳐 버렸다.
평소의 내가 못나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좋은 사람으로 정립되지 못해서,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어서, 절친의 필요한 것을 헤아려주지 못해서, 그랬던 걸 거야라며, 반성하게 되었다.
한편으론 울다가 지쳐 잠들 때, 10여년만에 흘린 눈물로 나도 울 수도 있는 사람이란 걸 자각하고 내가 기계나 로봇처럼 메마른 사람만은 아니구나라며 안도하며, 속시원히 잠들 수 있었다. 눈물과 울음이 한편으론 마음을 편히 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며칠 흐르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평소처럼 절친에게 안부전화를 걸었다.
*위 두장의 사진은 모두 본인이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