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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봄이란?

by 까르멘 2019. 4. 6.

 

 

 

20190406 나에게 봄이란.

 

 

 

겨울 내내 겨울잠을 잔 곰처럼 움츠려 있던 나는 봄이 오면 기지개를 편다. 몸과 마음이 무언가를 시작할 때가 왔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만 같다. 그래서 연초에 세워 두었던 계획들을 하나 둘 시도해보고는 한다. 

 

 

 

 

하지만 봄이라는 시기에 나는 항상 에너지 과소비라도 하게 되는 건지 5월정도가 되면 몸살을 앓거나 체하는 일이 벌어진다. 늘상 봄만 되면 몸살을 앓아 왔기에 더더욱 겨울에는 에너지를 넉넉히 비축해 두어야지하고 다짐을 하곤 한다. 

 

 

 

 

음악도 많이 듣고, 책이나 영화도 잔뜩 보고, 글도 쓰고, 여행도 다니고, 사진도 찍는 등 봄이 오면 겨울 내내 움츠리며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도해본다. 마치 1년 동안 계절이 겨울과 봄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1년 동안 여름도 남아 있고, 가을도 남아 있는데도, 세상엔 에너지를 비축하는 겨울과 에너지를 과소비하는 봄만 존재하고 세상은 끝이라도 나는 양, 시간의 흐름에 따른 에너지 균등소비를 못해왔다. 그 결과는 항상 몸살이었다. 

 

 

 

 

그럼 봄이라고 하면 떠오르기 쉬운 연애는 안하느냐하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한 것일 수도 있고,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 내 사랑의 작대기는 나의 NO.1 절친에게로 향해 있었는데 절친의 사랑의 작대기는 나에게로 오는 것인지 아닌지 애매한 상황이었다. 언제쯤 나의 절친의 사랑의 작대기가 나를 향해 줄지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다보면, 다른 여자에게 눈길을 돌릴 여유는 아웃 오브 안중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가끔 봄이 오면 나에게는 과분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예쁜 여자가 나에게 호감을 표시한 적이 있긴 하였다. 절친을 향한 나의 사랑의 작대기의 방향이 휘어져 새로운 여자에게 돌아가려는 적도 많았지만 결국에는 휘어진 사랑의 작대기는 다시 꼳꼳하게 펴져 절친을 향할 뿐이었다. 혼자 속으로만 했던 이상형 월드컵에서 최고 꼭대기의 타이틀매치에서는 항상 절친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사랑의 방향에 있어서 나의 내적인 마음의 문제일 뿐이었다. 중요한 상대방의 마음은 고려되지 않은 나만의 일방적인 입장일 뿐이다. 따라서 절친이 나에게 소홀하거나 하면, 벚꽃이라도 피는 날이면, 좀 더 나에게 다정한 새로운 절친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에 외로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던 2019년 2월말이었다. 절친의 생일이라 절친의 회사 근처 밥집에서 밥을 먹고, 케잌에 촛불을 켜고, 손수 주문제작한 절친의 사진이 들어간 메탈액자를 선물로 주었다. 식사 후 절친은 다시 회사로 들어가야 해서 천천히 길을 걷는데, 절친이 대뜸 물어왔다.

 

 

 

 

절친:<평생 나 생일 축하해 줄 수 있어?>

 

나:<물론이지! 당연하지! 평생 생일 축하해 줄께!>

 

 

 

 

라고 대화가 오고가고 나에게도 봄이 오는 걸까?라는 생각에,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의 혈액순환이 잘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말 그대로 마음이 벅차올랐다. 대학을 다닐 때부터 졸업 이후 또 자주 만나고, 절친과 내가 인생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각각 다양한 사람을 만났었다. 

 

 

 

 

절친의 경우는 잘 모르겠으나 나의 경우는 절친의 생일날과 같이 내 마음이 벅차오르고 혈액의 순환이 잘 되어버리는 일은 오로지 절친과 있을 때만 벌어졌다. 살짝살짝 설레는 일도 분명히 나에겐 있었으나 벅차오름을 경험하는 일은 오로지 절친과 함께 있을 때만 벌어졌다는 얘기다. 

 

 

 

 

처음에 그런 벅차오름을 대학시절 겪은 후 처음 들은 생각은 절친이 인간관계에 있어 굉장한 선수는 아닐까?하는 의심이었다. 다른 남자들에게도 마술처럼 조화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절친에게 빠져드는 것이 두렵고 꺼려질 때도 있었다. 일부러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보기도 하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절친과 함께한 요즘에 드는 생각은 절친은 인간관계에 있어 매우 서투르며, 선수라는 단어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나에게 일으켜지는 몸과 마음의 벅차오름과 같은 이 조화는 어떻게 설명될 것인가?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실제 계절과는 무관하게 화사한 봄을 안겨주는 나의 절친은 나에겐 헤어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이었다. 

 

 

 

 

매번은 아니지만 이따금 함께 있으면 뜬금없이 봄을 선사해주는 절친은 전화연결이 안 될 때가 많은데 통화연결음이 들리면 언제나 초조해진다. 이건 18년 가까이 지나도 초조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다 연결이 되면 설레는 마음에 짧거나 긴 통화를 하고 통화가 연결이 되지 않으면 시무룩한 마음에 절친을 원망하곤 한다. 가끔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느닷없이 예상도 못한 봄을 이따금 선사받았던 나는 그간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하며 겪었던 슬럼프나 번아웃의 시기를 이겨내고 극복할 구원의 존재로 절친을 항상 손에 꼽으며 항상 <더 좋은 사람>이 되길 다짐하게 되었었다. 

 

 

 

 

나의 절친이 내가 어떻게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라거나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삶을 더욱더 성실하고 용기내어 개척해나가고자하는 의지를 갖게 해주었다. 

 

 

 

 

앞으로도 절친이 나에게 실제 계절과는 무관하게, 가끔 마법처럼 봄을 선사해주었으면 하는 소망과 함께 나도 절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기에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하고 애쓰는 삶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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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사진은 본인이 직접찍은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