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7 나에게 독서란?
나에게 책이란 무엇일까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책이란 여러 가지 주제로 다양하게 쓰여지는 것이다보니 더욱 그렇다. 따라서 내 인생의 시기마다 어떤 내용의, 주제의 책을 접해왔는지보다 어떤 쓸모로 내가 책을 대해오고 어떤 목적으로 독서를 해왔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풀어나가보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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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는, 초등학교시절에는 책은 심심함을 달래주는 좋은 친구였다. 실친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교과서 위주로, 문제집 위주로 책을 보게 되었다. 교과서 외의 책은 금욕적인 생활을 해야 하는 교과서 위주 독서생활에 큰 방해였다. 너무나도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 학업에 방해된다는 죄책감 때문에 자주 읽지는 못했지만 하여간 흥미로운 것이었다. 하지만 문학사적으로 학술적으로 예술사적으로 체계 있는 독서는 못했다. 아무도 지도해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등학교시절까지만 해도 교과서 위주의 독서를 하다보니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좁고 풍부하지는 않았지만, 교과서의 내용은 현실 인간관계나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들과는 괴리되는 당위의 문제에 대해 서술할 때가 나오면 세상은 왜 교과서처럼 돌아가지 않을까하고 고민하고, 아니면 교과서는 세상을 반영하지 않은 채 업데이트 되지 않은 채 서술되는 것일까? 하고 번민하였다.
머릿속으로 고민은 그렇게 많이 했지만 시험문제에서 요구하는 답은 정답이 내 생각과 달라도 잘도 골라냈다. 난 이런 내가 너무 싫었다.
왜 싫어도 교과서를 위주로 한 독서를 했는가하면 초등학교 때는 중학교 올라가면, 중학교 때는 고등학교 올라가면 제대로 배울 것이란 부모님의 거짓정보?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고등학교 때까지는 기본기를 익히는 것이라 지루할 수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내용도 있을 수 있겠지만 대학을 진학하면 달라질 것이다라는 마지막 유혹에는 더 이상 속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내가 읽고 싶은 책만 읽고 또한 공부할 것이라는 다짐만 잔뜩 했을 뿐이다. 허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서는 한동안 몇 년간은 책보다는 사람을 통해서 세계관과 가치관이 정립되거나 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난독증 비슷한 것이 나에게도 찾아와 책을 펼쳐 읽기가 굉장히 곤란해졌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림책이나(명화 등이 수록된), 사진집, 만화책은 많이 보게 되었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는 일반 책들의 표지 디자인과 머리말 정도만 애써 겨우 읽을 따름이었다. 이런 것들은 한창 사진에 빠져 있던 시기에 사진작업에 많은 아이디어를 주었다.
그러다 20대 중반 정도 되던 시기에 무라카미하루키(인기 있는 대중적인 작가이나 나르시시시즘이 너무 강하다는 둥, 라노벨 수준이라는 둥의 호불호가 갈리는 작가이다)의 <해변의 카프카>상,하권이 출간되어 구입하였는데 몇년만에 흥미진진한 독서를 하면서 글이 안 읽히는 증상 없이 몰입해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독서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게 되어 다른 책들도 차츰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혼자서는 무리였던 세상에 대한 이해를 실친이 도와주기도 하였지만 상당부분은 독서가 해소해주기도 하였다. 이 점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포함한 많은 작가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 뿐이다.
독서가 차츰차츰 조금씩 가능해지자 그러니까 대학 졸업 후, 한국어교원3급자격증도 공부해서 자격증을 따고, 일본어회화 공부도 했던 것 같다. 공부에 대한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기 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을 수 없던 시절이 그만큼 길었다.
지금까지는 주변에서 임용시험을 봐 보라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안 본다는,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들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까지 공부를 잘했었다는 것만 생각하고 예전처럼 쓱쓱 하면 덜컥 합격이 되는 줄로만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난 차마 그들에게 책을 읽을 수가 없다는 얘기는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절친은 마침 시기도 적절하게 독서나 공부에 자신감이 가득해지기 시작할 때 나에게 임용고사공부를 권했다.
사실 앞에서 얘기한 한국어교원3급자격증은 국문과를 나오고 한국어교사연수소에서 수련을 하고 준비해서 시험을 쳐도 20%정도밖에 합격률이 안 나오는 시험이었기에 그 시험에 합격한 나는 자신감이 가득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 친구 나의 절친이 믿어주기에 도전을 해보기로 하고 노량진에서 수강을 신청했다.
얼마 있다가 첫 전공모의고사를 봤는데 90명 정도 되는 수강생(재수생, 삼수생도 많은 곳이었다) 중 5등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2년이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준비해서 낙방을 하였고 체력이 꽤 많이 소모되었던 기간이었다. 시험공부란 그런 것이란 것을 재확인 했다. 그리고 주변사람들에게 누누이 얘기한 것처럼 시험을 봐서 채용되는 것은 안하는 것으로 얘기했다. 이것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임용시험 도전이 되었다.
세상엔 시험공부보다 더 멋지고 흥미진진한 독서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그 유혹에 나는 기꺼이 넘어가 보고 싶다. 에세이가 되었든, 논문이 되었든, 소설이 되었든, 여행기가 되었든, 그림책이나 사진집이 되었든, 만화가 되었든, 트위터가 되었든, 더 나아가 영화나 음악이 되었든, 난 그들의 유혹에 언제든지 넘어갈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