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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일간 이슬아>이슬아 인터뷰집<깨끗한 존경>

by 까르멘 2019. 12. 10.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있기 좋은 방>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자칭 연재노동자 이슬아의 

2019<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을 읽고 인상깊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췌하였습니다.



2019<일간 이슬아> 이슬아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


정혜윤 인터뷰 下

당신 말을 알아듣는 나를 믿어요


35페이지


정혜윤:(...)연대는, 온갖 고통을 겪어낸 사람이, 자신이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은 덜 겪도록 모든 것을 최대한 알려주는 것이더라고요, ‘너는 나보다 덜 힘들었으면 해. 그러니 내가 겪은 모든 걸 알려줄게.’ 이게 연대에요.


39페이지


정혜윤:(...)저는 남의 이야기를 많이 암기하고 있어요. 디테일까지요. 그래서 건드리면 안돼요. 꼭 기억해야 할 것을 기억하는 중요한 증언자이고, 제 자체가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항아리이자 보물이에요. 그런데 채우려면 자기한테 자기가 좀 없어야 되잖아요? 저는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도록 제 속을 많이 비워두려고 해요.


40페이지


정혜윤:(...)사방천지에 모두가 비난하는 말만 들릴 때 비난하지 않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 어떤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곤경에 빠진 사람을 살게도 해요.


44페이지


정혜윤:깨끗이 존경하는 거에요. 저는 연민으로 잘 못 움직여요. 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존경심이고 감탄이에요. 그들은 슬프기는 하지만 불쌍한 사람은 아니에요. 저보다 훨씬 괜찮고 위대한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유족들을 불쌍하다고, 안 됐다고 착각해요. 절대 아니에요. 너무 슬프지만, 사람이 저렇게까지 용감할 수 있구나,저렇게까지 깊을 수 있구나, 하는 존경과 감탄이 저를 움직이는 거예요. 사실 저 이타심 별로 없어요.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저한테 역시 좋은 일임을 아는 거죠. 어디에 샘이 있는지 아는 동물처럼.


김한민 인터뷰 上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77페이지


김한민:(...)<질문들>이라는 챕터는 제가 실제로 받은 질문들뿐 아니라 다른 비건들이 저에게 전해준 무례한 질문들을 상상하면서 쓴 것이기도 해요. 제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디면 “나와 봐. 대신 싸워줄게” 이렇게 해주고 싶은 상황이 많아요. 특히 십 대 비건이 학교라는 제도권 권력구조 안에 있을 때 구닥다리 영양상식을 가진 교사가 그 학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요. 그 고등학교에 내가 찾아가야 되나, 차라리 내가 학부모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마저 들어요. 보스가 자기 직원한테 채식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진짜로 대리전을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은 거죠. 비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것도 그 일환이고요. 적어도 무기창고가 어딘지 알고 찭아올 수 있게. 레지스탕스처럼. ‘M16 하나 줄게, 가서 싸우고 와, 우리가 지원해 줄게’하는 커뮤니티 같은 거요.


김한민 인터뷰 下

외면하는 기술과 반응하는 능력


97페이지


김한민:(...)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편집장이 되었어요. 경력이 없으면 좋은 점은 편견이 없다는 것 밖에 없잖아요. 그걸 확실히 살리자고 생각했죠. 괜히 있는 척하거나 아는 척하지 말고 모르면 모르는 대로. 사실 일을 편하게 하려면 프레임을 만든 다음에 착착착 그 안을 채우는 방식일 텐데, 저희 잡지는 매 호마다 작업하는 방식을 바꿨어요. 디자이너나 아트 디렉터가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다들 재미를 느꼈어요. 뒤돌아 생각해보면 그런 작업 방식으로 오래 가기는 힘들었겠죠. 매번 바뀌니까요.


유진목 인터뷰 下

자기 스스로의 신


169페이지


유진목:(...)저는 그들보다 가난했고 교양이 없었지요. 교육을 못 받았잖아요. 교양이라는 것을 갖추고 싶어서 영화를 되게 열심히 봤어요. 그러다가 영화 일을 하게 된 거에요.


이슬아:교양을 갖추고 싶어서 영화를 보셨다고요?


유진목:네, 식사 예절 같은 거요. 여러 사람이 식사할 때 교양있는 사람들은 저런 모습으로 밥을 먹는구나, 하고 보는 거죠. 제가 프랑스 영화로 예절을 배웠거든요. (웃음) 이십 대에 한 출판사에 다녔는데 그 출판사의 사장님은 부자로 태어나 부자로 자란 사람이었어요. 점심시간에는 기분 낸다고 직원들을 자주 뷔페에 데려갔죠. 뷔페에서 저는 영화에서 본대로, 프랑스 사람들이 먹는 식으로 식기를 다루며 먹었어요. 그렇게 먹으면서 꼭 사람들의 눈을 바라봤어요. 영화에서는 꼭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를 하며 밥을 먹더라고요. 그러자 사장님이 저를 부잣집 아이라고 생각한 거에요. 그러더니 이렇게 물었어요. “외국에서 살다 왔지?”


이슬아:하하하


184페이지


(이슬아의 유진목 인터뷰 후기)


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는 일에 대해 나는 자꾸 생각했다. 우리 각자에게는 아주 작은 전지전능함이 있다. 겨우 그것만 있거나, 무려 그것이 있다. 선생님이 소심한 전지전능함이라고도 말했던 그것.

한 집에 있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남의 좋음을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 혼자서도 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는 것, 그러다 혼자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부르는 것, 노브라로 무대에 서는 것, 미래의 내 눈으로 지금의 나를 보는 것,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밥을 먹는 것, 사랑 속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낮과 밤을 보내는 것, 기쁨과 슬픔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셔터를 내리는 것, 떠나는 것, 불행한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 것, 때로는 삶에 대해 입을 다물며 그저 계속 살아가다는 것, 울다가 웃는 것.

이런 성취들을 나는 ‘작은 전지전능’이라고 부르고 싶다. 유진목 선생님의 힘을 빌려 나도 나를 위한 신이 되어 간다.


김원영 인터뷰 下

선명도가 형태를 압도할 때


237페이지


수없이 교차하는 정체성 속에서 우리는 사실 하나의 욕망을 공유한다는 점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 욕망이란 이런 것이다. (...) 한 사람의 개인으로 꿈꾸고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다 죽는 삶에 대한 열망이다. (...) “네 주제에 남들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살려고 욕심내면 안 된다”라는 말을 직간접적으로 들어온 사람이라면, 이 세속적이고 덧없는 욕망을 품어보는 일이야말로 전복적이고 저항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바로 그 “모든 것을 다 해본 후에 삶이 덧없음을 깨닫는”일이야말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에게 고르게 배분되어야 할 귀중한 삶의 기회가 아닌가?

-김원영, <희망 대신 욕망>,9~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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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인터뷰집<깨끗한 존경>은 내가 접해보지 않은 생소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새롭고 신선했다. 내가 문화생활을 게을리 했나하는 반성도 하게되고 세상엔 이렇게 통찰력있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우치게 되었다.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인터뷰집은 앞으로 이슬아가 어떤 사람을 인터뷰하게 될지 또한 기대하게 만들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