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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어도 좋은 방>눈에 밟히는 글귀들을 정리해봤습니다.

by 까르멘 2021. 2. 9.

 『숨어 있어도 좋은 방』 -최철훈

눈에 밟히는 글귀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2page

중요한 것은 감정이고, 살아가는 의욕이다. 숨을 쉬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절박감이란 감정이다.

 

17page

외롭다고 사람들의 따스함에 안겨버린다면 영원히 아이가 되는 수밖에…. 보호자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며 한정된 자유 속에서 안주하다가 목장 울타리 속의 젖소처럼 젖을 내주고 고기를 내주고 심지어 가죽까지 내주는 수밖에….

 

24page

찬물과 더운물을 섞게 되면 닮고 싶어서 닮아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섞이는 것이다. 즉 찬물과 더운물의 속성을 잃고 하나가 되어버린다. 화학 시간에 배우는 여러 실험들, 액체와 액체를 섞는 것이 역시 그러하다. 

 

어쩌면 사랑이라는 말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41page

내 심장은 

고장 난 시계처럼 

몸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닌다. 

바보라는 명찰을 달고.

 

63page

진짜 어른의 코끼리 소리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듯 자신의 본능에 따라 짖어대고 있었다. 개들과 하도 어울리다 보니 자신의 원래 울음소리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리고 산 듯했다. 

 

70page

마법으로 최고의 산봉우리 자리에 오르고 나니까 그 산봉우리에는 나 혼자만의 공간밖에 없더군. 나와 같은 맘을 가지고 나의 맘속 깊숙한 곳의 외로움을 함께할 친구가 없어. 

 

78page

이미 지나간 인연은 추억 속 첫 담배의 콜록콜록하는 하얀 담배 연기처럼 세월의 흐름 속에 날려버려야 하지 않을까 하며 담배를 다시 문다.

 

86page

모르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모르는 데도 아는 것처럼 가만히 있으면 당장에 체면은 구기지 않을지라도 발전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91page

치매가 있으시다고 해서 어르신들이 365일 엉뚱한 사고와 말씀만 하시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언행을 하다가 가끔 치매라서 그렇다고 이해되는 언행을 할 때가 있을 뿐이다.

 

96page

하지만 이런 말장난은 연서가 스스로의 무거워짐을 거부하고자 저항하는 차원에서, 한편으로는 길듦에서 마지막으로 반항하고자 하는 그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98page

책을 왜 봐야 할까? 영화나 드라마는 왜 봐야 할까? 이런 장르는 왜 계속 파야만 하는 걸까?에 대한 갈등과 번민, 방황, 과연 유의미한 일과일까에 대한 의구심을 사르르 녹이고 채연은 연서에게 그런 것은 당연한 일상이라는 포근함을 제공해준다.

 

102page

스무 살 무렵이었다. 자가용의 엔진이 고장 났던 때였다. 예전에 타던 차는 아무리 심폐 소생술을 해도 심장이 말을 듣지 않았고, 그래서 곧 폐차를 해야 할 지경이었다.

 

103page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영혼이 없는 사람처럼 책 속의 이야기를 기계처럼 재해석할 따름이었죠. 말을 배우려면, 정말로 알찬 말을 하려면 내 안에 존재하지 않던 마음과 영혼의 반향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105page

내가 정립되지 못하고 비뚤어져 있었기에 그들의 사랑도 비뚤어졌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기초가 정립되어서 나를 제대로 사랑하는 매뉴얼이 형성되었는지도 몰라요.

 

106page

그것들은 모두 판타지적 세계에 속한 것들이랍니다. 신화 속의 이야기처럼 구전된 전설처럼 전승될 수는 있겠지만 이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답니다.

 

128page

시간이 지나 내가 수익성 있는 유실수라는 걸 알고 거름도 주고 물도 주는 사람도 가끔 있었으나, 난 잊지 않으련다. 내가 어떤 나무가 될지도 모른 채 얼음을 녹이고 물을 주며, 싹이 트고 이파리가 생겨 자라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생글생글 웃던 절친의 백만 불짜리 미소를.

 

130page

세탁기가 틀어주는 노래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날이면 유기농 전기라도 끌어 써서 꽂아 주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132page

희망을 꿈꾸는 것보다 절망을 계획하는 것이 훨씬 더 쉽지만, 그렇다고 절망을 계획하지 않고 희망을 꿈꾸면서 주인의 동반자가 되어줄 거야.

 

137page

만일 냥이들이 집을 나가서 안 돌아오는 경우가 흔하다면 카페 주인장인 집사는 손님이 드나들 때마다 항상 느긋한 표정을 짓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카페의 냥이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시골 아저씨 같은 넉넉하고 여유 있는 미소를 풍기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148page

온몸과 얼굴에 흙칠을 하여 아무도 날 좋아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나란 사람의 장점이라고 하는 것들을 모두 접어버리게 되었다. 대신 흙칠을 해버려서 이래도 날 좋아해 줄 거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152page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고 해도 담보가 있어야 하는데 그들에게서 담보도 없이 애정과 믿음을 당겨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