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20 드라마<그해 우리는>을 보고나서
최우식(극중 최웅), 김다미(극중 국연수) 배우가 주연으로 나오는 <그해 우리는> 16편을 정주행했다.
고등학교 시절, 김다미는 전교1등, 최웅은 전교꼴찌이라서 이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촬영하는 특집다큐를 한달간 찍었다. 하루종일 아웅다웅하는 장면들만 찍게 되었지만, 그것을 계기로 둘은 사귀게 되고 대학에 진학한다. 청춘연애물의 흔한 레퍼토리들이 나오고 둘은 헤어지지만 고등학교시절 다큐들이 역주행을 하면서 최웅과 국연수 이 둘의 고등학교 이후 10년 뒤의 모습을 다시 촬영하게 된다. 최웅은 유명 그림작가가 되었고 국연수는 중소기업의 팀장으로 자리잡았다. 다큐를 다시 찍으면서 그 둘은 과거의 오해들을 정리하고 이해하면서 돈독한 사이로 발전하고 다시 사귀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의 후반부에서는 최웅은 파리로 유학을 가고 귀국 후 국연수와 결혼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여기까지가 드라마의 대략적인 스토리의 정리이고, 내가 주목한 점은 다음과 같다. 학창시절 성적과는 별개로 최웅과 국연수 둘 다 독서광으로서 틈틈이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독서를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는 것. 특히 최웅이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는 모습과 패턴들, 사람을 그리지 않고 건물만을 그리게 된 이유들. 취미로만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에서 본업으로 작가가 된 계기.
드라마에 몰입해서 보다보면 등장인물들과 나를 비교해서 보게 되고, 나 또한 글이나 사진을 가끔 작업하는 입장에서, 드라마 속의 최웅의 입장이나 사정이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처럼 여겨지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작가들의 작업하는 방식과 세계가 묘사된다면 좀 더 주의를 기울여서 보게 된다. 작가들의 인터뷰 역시 마찬가지다.
국연수와 최웅이 헤어지고 최웅은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고 회복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쓴다. 운동, 새로운 친구 만나기 등등.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방문을 잠그고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는 일로 마음을 달래는 방법이었다. 작가로서 그림의 스타일이 형성되어졌지만, 수면에도 장애가 생기고 몸을 혹사시키게 되어 주변사람들을 걱정시킨다. 그 결과 미대생으로서 그림을 취미로 하는 것에서 바뀌어 본업으로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변하지만 건물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기에, 최웅은 건물들을 독특한 스타일로 표현하는 작품을 많이 남긴다. 최웅의 유명세에 표절하는 아류작가가 발생할 정도로 인기를 끈다.
나는 극중의 최웅처럼 유명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40에 책을 낸 이후 SNS에 가끔 짧은 글이나 사진을 올렸을 뿐 블로그에도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하기> 작업 외에 새로운 글을 올리지도 않은 것 같다. 추억처럼 돌아보는 일은 <숨어 있어도 좋은 방>에서 이미 정리를 많이 했지만 좀 더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최웅과 국연수가 헤어지고 최웅이 그림에 몰입했던 점을 보면서 내가 실연의 아픔이 있었을 때 무엇에 몰입하여 나를 달랬던가 생각해보면, 커피와 담배를 우구장창 가까이 하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러 돌아디니고, 회사에 있을 때는 성당에 있을 때는 번 아웃을 초래하는지도 모르고 몸을 혹사시켰던 것 같다. 빈자리의 허전함과 상실감을 그런 식으로 몸을 혹사시키면서 만회하려는 것은 <그해 우리는>의 최웅의 경우만이 아니더라도 여러 영화나 작품들에서도 흔히 보인다.
나 같은 경우도 커피, 담배, 술(단, 술은 마시긴 했으나 술을 죽자고 마시진 않았다. 술보다는 담배를 애용했었다. 지금은 담배는 끊었다.), 사진, 글, 업무 등에 몰입하면서 몸을 혹사시켰다. 명줄이 타들어간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짜릿한 느낌을 받으면서.
물론 그 결과 최웅처럼 유명한 작가로 입지를 다진 것은 아니나, 그 시절, 명줄을 태우던 시절들을 잘 보내고 현재를 잘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커피도 담배도 안하고, 술은 가끔 마시는 정도다. 사진과 글은 요즘같이 SNS를 잘 활용하는 시대에 맞추어 작업하는 정도이고, 업무와 대학원 공부에 최선을 다하는 정도로 삶을 잘 살아가고 있다.
글을 쓰다보니 인생을 해탈한 사람처럼 묘사하는 나 자신이 보이는데, 과거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화무쌍한 나 자신과 주변의 상황을 다시 겪지 않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주변의 많지 않은 지인들과 동료들과 절친과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고마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