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5윤송현_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
독후감 대신 눈에 띄는 구절들을 발췌하는 것이 원작의 느낌을 잘 전달할 것만같고 본문전체를 읽어보고싶은 생각도 하게 되어 책도 직접 찾아보는 사람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 이 작업을 해봅니다.
블로그 <숨어 있어도 좋은 방>에서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이 "독후감 대신 인상깊은 구절 발췌정리하기" 작업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면 이 블로그에 멋진 서재가 하나 마련되어지지는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이번에는 소개할 책은 윤송현의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입니다.
북유럽의 도서관 80여곳을 탐방하면서 북유럽이 복지국가로서 성장하는데 있어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했고, 북유럽 도서관들의 특징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정리한 책입니다. 도서관에서 일을 하고 있는 저로서는 먼나라 이야기 같기는 하지만 제법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2022년 1월 출판된 윤송현의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북유럽 도서관과 복지국가의 비밀>을 읽고 인상깊거나 공감되는 부분들을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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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p
어디를 가나 마을 한가운데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도서관을 만났다. 도서관은 대도시, 그것도 조용한 언덕 위나 산 아래,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외곽 지역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나에게는 작지 않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도서관 위치였다. 남부 유렵에서 어디를 가나 마을 한가운데 성당이 있듯이 북유럽에서는 어디를 가나 마을 가운데 멋진 도서관이 있었다. 어디를 가나 도서관은 그 지역 중심지인 센트룸에, 사람들의 일상적인 이동 통로인 대중교통 요충지에 있었다. 시골에 가도 기차역을 중심으로 상가가 만들어지고, 지역을 순환하는 버스터미널이 연결되었고, 그 옆에 도서관이 있었다.
37p
갤러리아 쇼핑몰은 시티콘이라는 업체가 건설하고 관리하고 있다. 시티콘은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 교통 요지에 40개의 쇼핑몰을 건설하고 관리하는데, 특히 공공도서관을 입점시키는 것에 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공도서관이 쇼핑몰에 집객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판단하기 떄문이다.
47p
사람들은 자신이 일상에서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중심으로 동선을 짜고, 그런 동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선택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그것은 거리가 ‘가까우면 되는’것이 아니다. 친구들을 만나는 곳, 음식을 사는 곳, 쇼핑을 하거나 지원금을 받으러 가는 곳, 등교나 출근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곳처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생활 동선에서 가까워야 하는 것이다.
48p
도서관이 학교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학교에서 경험한 부정적인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도서관을 학교와 같은 이미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가가기를 꺼리고 있었다. 교육 여건이 낙후되어 있고 주입식 교육이 횡행하는 지역에서 온 이민자들 중에 도서관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았다.
타워햄릿구는 새로 짓는 건물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빅토리아 시대에 만들어진 장중한 이미지를 벗겨내고 밝은 컬러가 주조를 이루게 디자인하였다. 사람들이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문턱을 없애고, 개방감을 주었다. 실내는 벽을 없애고 막힘 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하였다. 도서관에는 ‘해야 한다’‘하지 마라’는 규제를 말하는 게시물들이 사라졌고, 대신 누구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이름에도 도서관을 붙이지 않았다. 아이디어스토어. 방문하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처음에는 도서관이 난장판이 되고, 민원이 들끓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실제 아이디어스토어가 문을 열었을 때 그런 우련는 기우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일반 행정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코너도 만들어졌고, 많은 강좌와 소모임이 만들어졌다. 사서들은 더 이상 관리자나 단순 정보 안내자가 아니라 이용자와 함께 토론하고, 이용자의 불편을 함께 해결하는 조력자가 되었다.
51p
도서관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도서관을 그 사회의 중심부에 위치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데, 공동화로 쇠락한 도심을 재생하는 사업은 좋은 기회가 된다. 북유럽에는 도서관을 중심으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다.
56p
쿨투어베아프트는 ‘문화 조선소’라는 뜻이다. 이전에는 배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문화를 만드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배’와 ‘문화’를 등치시킨 것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조선소의 역사성을 살려놓은 것도 좋은 인상을 준다. 건물에는 도서관이 있고, 문화센터가 있고, 대형 공연장도 있다. 물을 담아 배를 띄우던 거대한 독은 그대로 살려 해양박물관으로 만들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곳이 조선소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기 위해 예전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하고 살렸다. 조선소의 작업 공간과 설비를 적극적으로 유지하면서 문화공간을 조성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복합문화공간에서도 제일 비중이 큰 것은 도서관이다.
61p
2014년 8월 도서관 문이 열리자 방문자들이 넘쳐났다. 시가 기대한 이상이었다. 개관 후 6주간 12만여 명이 도서관을 방문했고, 직전년도 기간과 비교해서 1만 점 이상이 더 대출되었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직원들도 처음에는 새로운 공간, 새로운 서비스, 새로운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지만, 이용자 반응은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만들었다.
도서관에서는 매일 다양한 행사, 강좌, 모임이 열렸다. 입소문을 탄 도서관은 금방 명소가 되었고, 사람들이 몰리면서 도심을 바꿔놓았다, 모여서 토론하고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의 향기가 도심에 넘치고, 인근 상가도 자연스럽게 활기를 되찾게 되었다.
65p
(우리나라)지방자치 실시 이후 만들어진 도서관도 주민의 접근성은 그다지 고려하지 않는다. 도서관을 지어야겠다고 뜻을 세우면 우선 그 지역에서 부지 확보가 쉬운 곳을 찾는다. 땅값이 싼 곳, 주차장 확보가 쉬운 곳을 우선하여 선정한다. 시유지 등 공유지가 있는 곳을 찾고, 공유지가 없으면 산이나 공원을 찾는다. 공공 목적을 위해서는 용도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위치는 그 사회가 도서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도서관은 시험 공부하는 곳이거나, 책을 빌려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치를 중시하지 않는 것이다.
73p
북유럽 도서관에는 대부분 벽이 없고, 복도가 따로 없다. 도서관 전체가 하나의 지붕 아래,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간 구분은 서가를 이용하고, 색을 사용하고, 인테리어 분위기를 이용한다. 서가의 연결이 동선이 된다. 고정 벽이 없기 때문에 흐름에 따라 서가를 옮기는 정도로 공간을 변형할 수 있다.
76p
예링도서관은 2008년 쇼핑몰 개관과 함께 2층을 30년 장기 임대하여 입주하였다. 쇼핑몰은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쇠락한 도심에서 교통이 편리한 곳을 대형 쇼핑몰로 개발하는 것은 북유럽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낙후된 지역을 정리하여 쇼핑몰을 만들면서 일부는 시에서 임대하여 외곽에 있는 공공도서관을 이전시킨다.
79p
북유럽 도서관을 돌아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방향성을 읽을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도서관을 만남의 장소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도시 중심,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도서관을 만들려고 한다. 도서관은 조용하고 정숙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관념은 거의 안보인다. 어떻게든 사람들이 쉽게, 편하게, 많이 모일 수 있게 하려고 한다.
81p
미국이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덴부르크는 비공식적인 공공의 모임 장소가 민주주의, 시민 참여를 위해 갖는 중요성을 언급하고, ‘제3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그는 누구에게나 집은 가장 기본적인 생활 공간으로 ‘제1의 공간’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은 ‘제2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제3의 공간’이야말로 창조적인 상호작용을 더 자극하고, 촉진하는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 된다고 강조하였다.
280p
보편적으로 문해력이 높은 사회에서는 영웅을 기대하거나 지배자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자기 생각과 자기 판단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되고, 자기 역할을 한다. “영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식의 이야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 한 명의 영재를 만들기 위해 나머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사고는 통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높은 문해력을 바탕으로 건전한 자기 역할을 하고, 서로 협력하여 먹거리를 만들고, 좋은 사회를 만들어나간다.